채우석 Ph.D. 육군 준장(예) | 한국방위산업학회 이사장 | 한국국제자원봉사회(KIVA) 방산안보위원장
대한민국 방위산업이 세계 무대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K-9, K-2, FA-50, 천궁-II 등 한국산 무기체계가 유럽·중동·아시아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으며 'K-방산'은 새로운 전략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지금의 성과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세계 방산시장의 경쟁 기준은 '더 좋은 무기를 싸게 만드느냐'를 넘어 '더 신뢰할 수 있는 기술과 공급망을 가지고 있느냐'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 레드백 수주는 K-방산의 저력을 보여줬지만, 성능과 가격 못지않게 현지생산·기술이전·동맹과의 상호운용성,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Trusted Supply Chain)'이 승부를 가르는 시대다.
이제 하나의 무기체계를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안에 들어가는 반도체와 센서, 통신장비, 소프트웨어, 희토류, 특수금속, 배터리 등 수많은 소재와 부품이 어디에서 생산되고 어떤 경로로 공급되는지까지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체계종합업체뿐 아니라 1차·2차·3차 협력업체까지 연결되는 공급망 전체가 하나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오랫동안 익숙했던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구조를 다시 살펴봐야 한다. 과거엔 값싼 원자재와 부품을 공급하는 중국을 활용하는 것이 나름의 경제적 합리성이 있었다. 그러나 미·중 전략경쟁이 반도체·AI·양자·우주·핵심광물로 확대되면서, 국가안보와 직결된 방위산업에서는 경제성만으로 공급망을 선택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필요한 것은 감정적 탈중국이 아니라, 우리 공급망의 취약점을 정확히 파악해 선제적으로 제거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국가 차원의 '방산 공급망 지도(Defense Supply Chain Map)'를 만들어 핵심 소재·부품·소프트웨어의 원산지와 제조사, 대체 공급원, 재고량, 공급 중단 시 파급효과까지 데이터베이스화해야 한다. 특히 반도체, 희토류, 특수금속, 배터리, 센서, 통신·전자부품처럼 공급이 끊기면 무기 생산 자체가 멈출 수 있는 품목은 '국가전략부품'으로 지정해 별도 관리하고, 정부 차원의 비축과 대체 공급원 확보를 의무화해야 한다.
목표는 '100% 국산화'가 아니라 전략적 자립과 신뢰할 수 있는 동맹 공급망 확보다. 반드시 지켜야 할 핵심기술과 전략소재는 국산화하되, 이를 위한 정부의 연구개발(R&D) 투자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소재·부품 국산화에 도전하는 중소·중견 협력업체에는 장기 저리 자금과 세제 혜택을, 관련 대학·출연연구기관에는 안정적 기초연구 예산을 지원해 민간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운 나머지 분야는 미국을 중심으로 캐나다·호주·유럽·일본 등 우방국과 분담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미동맹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앞으로 한미동맹은 군사동맹을 넘어 방산·조선·AI·우주·반도체·에너지를 잇는 '산업·기술·안보동맹'으로 발전해야 한다.
이를 구체화하려면 몇 가지 실행 방안이 뒤따라야 한다. 먼저 미국 함정의 건조·정비·보수(MRO) 사업에 한국 조선업체가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를 넓히고, 이를 발판으로 양국이 함정·잠수함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둘째, 방산 핵심기술 공동연구를 위한 한미 공동 R&D 기금을 조성해 양국 정부와 기업이 함께 투자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국내에 한미 공동생산시설을 확대해 기술이전과 현지생산 요구를 동시에 충족하고, 이를 발판으로 제3국 공동수출까지 확장해야 한다. 넷째, 대미 수출통제(ITAR 등) 절차를 간소화하는 정부 간 협의 채널을 상설화해 기술협력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 이제 대한민국은 미국산 무기 구매국을 넘어 '공동개발-공동생산-공동운용-공동수출'의 새로운 방산동맹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필자는 '안미경중'을 넘어 '안미경우(安美經友)'를 제안한다. 안보는 미국과 함께하고,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전략산업 역시 미국을 중심으로 신뢰할 수 있는 우방국들과 함께하자는 것이다. 중국과의 정상적 교역까지 단절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방산·조선·AI·우주·반도체 등 국가 생존과 직결된 전략산업에서는 경제적 효율성 못지않게 공급망의 안전성과 동맹의 신뢰를 중시해야 한다.
지난 50년이 '자주국방의 역사'였다면, 앞으로의 50년은 우리가 만든 무기와 기술을 동맹·우방국과 공유하며 세계 안보에 기여하는 '동맹형 방위산업의 역사'가 되어야 한다. K-방산의 진정한 혁신은 더 좋은 무기 하나를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대한민국을 세계가 믿고 함께 개발·생산·공급하는 '신뢰의 방산국가'로 만드는 것, 그것이 K-방산이 가야 할 다음 50년의 길이다.
한화오션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 모습 [사진=한화오션]
◇글쓴이 채우석(육사 28기·예비역 육군 준장) 한국방위산업학회 이사장은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방부 연구개발관, 조달본부 외자부장, 조달본부(옛. 방위사업청) 차장을 지냈다. 성균관대, 고려대, 전북대, 건국대 초빙교수직을 맡아 후학을 양성했다. 방산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보국훈장 천수장과 삼일장을 수훈받았다.
한국일보
방사청직원에 4억6000만 원 뇌물 혐의, LIG D&A 임원 구속
이종구 기자
뇌물수수 혐의 방사청 직원도 구속돼 재판행
경기 수원지검 청사. 연합뉴스
무기개발 사업 입찰에서 편의를 받는 대가로 방위사업청 직원에게 4억 원대 금품을 건넨 혐의를 받는 방산업체 임원이 구속됐다.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방사청 직원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는 뇌물공여 혐의로 LIG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 A씨를 구속했다. 앞서 검찰은 이 회사 임직원 2명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기각하자 보강 수사를 거쳐 A씨의 신병을 확보했다.
A씨 등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장보고-Ⅱ(KSS-Ⅱ) 잠수함 링크(Link)-22 체계개발' 사업 등 주요 해·공군 무기개발 입찰 과정에서 특혜를 받는 대가로 방사청 기반전력사업전력화지원관리팀 직원 B씨에게 4억6,000만 원대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사업 관련 기밀 정보를 넘기거나 제안서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주는 방식으로 업체 측에 유리하게 개입하고, 장인 계좌 등을 통해 뇌물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B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7월 28일 구속기소했다.
미디어 시장에서 이른바 ‘국뽕’은 대단히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국뽕은 ‘국가’와 ‘히로뽕(필로폰)’의 합성어로 국가에 대한 맹목적인 자부심과 이를 통한 대리 만족 수단으로 소비된다. 삶이 어렵고 고달플수록 국가적 성과나 유명세에 대리 만족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 돈벌이 수단으로 '국뽕 콘텐츠'를 제작하는 미디어가 넘쳐나고, 국뽕을 정치적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상업적·정치적 목적으로 제작되는 국뽕 콘텐츠는 대부분 과장되거나 왜곡된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K-방산’ 콘텐츠가 그렇다. 일단 국방·무기 관련 정보는 국가안보의 영역이어서 구체적인 정보가 공개되기 어렵고, 공개되더라도 무기체계나 국제 정세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 대중이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산 대신 다른 나라 무기를 구매한 나라가 속으로는 한국 무기를 사고 싶어 한국 정부와 기업에 매달리고 있다는 콘텐츠가 대표적이다. 최근 이란 전쟁에서 가장 주목받은 한국형 미사일 방어(MD) 무기, 천궁-II와 관련해 그런 주장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 누구도 선뜻 현실의 문제를 말하지 못한다. 온라인에서 국뽕 흐름에 역행한다는 것은 적지 않은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쟁 공포 커지면서 수요 늘어난 저가형 요격 미사일
최근 영국에서 열린 판버러 에어쇼에서 세계 유수의 방산업체들은 다양한 저비용 무기체계를 선보였다. 우크라이나·이란 전쟁이 터지고, 주요 강대국 간 대규모 전쟁 발발에 대한 공포가 커지면서 미국 등 각국 정부가 공격·방어 모든 분야에서 저비용 무기체계를 대량 도입할 계획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방산업체는 기존 유사 무기체계 대비 3분의 1에서 10분의 1 이하 가격의 탄도·순항미사일과 함께 이러한 저가 공격 무기에 대응할 수 있는 저가 요격 드론과 미사일을 속속 내놓고 있다. 미국 록히드마틴도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패트리엇 시스템용 반값 미사일, PAC-3 ACE를 공개했다.
지난 7월 21일 영국 판버러 에어쇼에서 관람객들이 록히드 마틴 F-35A의 비행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이 에어쇼에선 세계 유수 방산기업들의 다양한 저비용 무기체계가 공개됐다. 판버러=로이터 연합뉴스
이 미사일은 기존 패트리엇 시스템의 레이더와 사격통제·통신 장비, 발사차량 등 거의 모든 기반 장비를 공유한다. 제조사는 미사일의 정확한 가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기존 요격 미사일인 MSE의 절반 이하로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MSE는 미 육군 공급 가격 기준으로 미사일 자체 가격만 400만 달러, 외국 수출시 전용 캐니스터와 지원 장비, 군수지원 가격까지 합하면 650만~700만 달러에 달한다. 결국 ACE는 200만~350만 달러 이하 가격으로 출시될 것이라는 말이다.
이와 별개로 미 전쟁부는 지난 5월, ‘MOSAIC-26-03’ 구상을 추진하며 업계에 정보요청서(RFI)를 발송했다. 이 계획은 마하 5 이하의 표적을 요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1발에 100만 달러 미만으로 대량 조달하기 위한 것인데, 2026회계연도 4분기까지 잠재적 후보군을 추리고 경쟁 입찰을 시작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 방산업체 파이어 포인트는 이보다 더 가격을 낮춘 요격 미사일을 준비 중이다. 유럽 9개국이 함께 참여하는 *'탄도미사일 방어 연합'의 후원으로 개발되는 ‘프레이야’는 올해 말까지 개발을 마치고 늦어도 내년부터는 대량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 미사일은 100만 달러, 그러니까 PAC-3 MSE 수출 가격의 6분의 1이다.
탄도미사일 방어 연합 정상회의에 참석한 유럽 각국 정상들. 프랑스 외무부
탄도 미사일 방어 연합
유럽과 우크라이나를 위한 통합 미사일 방어(MD) 체계 구축을 위해 우크라이나가 개발하는 신형 저가형 요격 미사일과 유럽의 현용 레이더 및 방공 시스템을 통합하는 사업. 우크라이나의 전술 탄도미사일 FP-7.x 개조 미사일에 독일제 유도장치를 달고, 오픈 아키텍처를 통해 현존하는 거의 모든 방공 시스템과 연동 가능하도록 개발중이다. 덴마크·프랑스·독일·이탈리아·네덜란드·노르웨이·스페인·스웨덴·영국·우크라이나가 참여하고 있다.
"너무나 흔해진 '초고속' 탄도미사일의 공격 막아라"
세계 각국이 이러한 염가형 탄도탄 요격 미사일 획득에 나선 것은 그만큼 탄도미사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냉전 시절에는 초강대국 미국과 소련이 각 진영에서 탄도미사일 공급을 사실상 독점했고, 탄도미사일 완성품과 기술을 엄격하게 통제했었다. 그러나 탈냉전 이후 스커드 미사일 기술과 부품이 많은 나라에 흘러 들어갔고, 심지어 테러단체들까지 소유할 정도로 탄도미사일은 너무 흔해졌다.
비싸고 복잡한 제트엔진, 관성 및 위성항법 장치, 지형 추적·항재밍 장치 등 복잡한 부품들이 많이 들어가는 순항미사일은 제조가 어렵고 가격이 높지만, 탄도미사일은 구조도 단순하고 제작도 쉽다. 간단한 로켓 엔진을 넣고, 하늘로 쏘기만 하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탄도미사일은 기껏해야 관성·위성항법 장치 따위의 부품만 넣으면 된다. 사거리 500㎞의 스커드-C 계열 탄도미사일은 100만 달러 안팎이면 살 수 있고, 미국산 ATACMS(사거리 300㎞)나 이스라엘제 LORA(사거리 290㎞)도 100만 달러 중반대의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 비슷한 사거리의 공대지 순항미사일 스톰 섀도우는 250만~300만 달러, SLAM-ER은 300만 달러가 넘는다.20
2021년 3월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냉전 시대 탄도미사일은 미국과 소련이 공급을 엄격히 통제했지만, 탈냉전 이후 테러단체들까지 소유할 정도로 흔해졌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순항미사일은 비싸고 정밀도가 매우 높지만, 비행 속도가 마하 0.6~0.9 정도로 비교적 느린 편이라 날아가는 것을 눈으로 보고 기관포 같은 무기로 쏴서 격추할 수 있다. 반면 탄도미사일은 싸고 정밀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속도가 느린 것은 마하 3~5, 빠른 것은 마하 20~25 수준으로 매우 빨라서 어지간한 방공 무기로는 격추 시도조차 할 수 없다. 유럽이 지원한 온갖 종류의 방공 무기를 다 갖추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미국산 패트리엇 탄약 재고가 떨어진 지난 6월 하순에서 7월 중순까지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속수무책이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 중·장거리 지대공 미사일은 탄도미사일 대응(MD) 능력이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으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려면 초고속으로 비행하는 표적을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는 고성능 레이더와 사격통제컴퓨터가 있어야 하고, 일반적인 대공 미사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밀하고 민첩한 기동성 구현이 가능한 미사일 유도·자세제어 기술이 필요하다.
96%의 요격 성공률...천궁-II는 '기적의 무기'이지만
MD 능력이 있는 미사일을 개발·배치했다고 주장하는 나라는 많지만, 실전에서 실제로 탄도미사일을 격추하는 데 성공한 요격 시스템을 만든 나라는 미국(패트리엇·사드·SM-3)과 러시아(S-300·S-400), 이스라엘(애로우 시리즈·다비즈 슬링), 그리고 한국(천궁-II)뿐일 정도로 MD는 어려운 기술이다.
천궁-II는 그래서 기적과도 같은 무기다. 천궁 시리즈는 한국이 처음으로 만든 중거리 방공 무기이고, 천궁-II 역시 처음 시도해 본 MD 무기이기 때문이다. 최근 이란 전쟁에서 아랍에미리트(UAE)가 사용한 천궁-II는 무려 96%에 달하는 요격 성공률을 기록했다. 중동 국가들이 많이 쓰는 패트리엇 PAC-3 MSE와 대등하거나 그 이상의 성공률이다.
공군8146부대 작전요원들이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II 발사대를 직립시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 소식은 언론에 대서특필됐고, 같은 시기 UAE가 한국으로 수송기를 보내 추가 탄약을 받아 가면서 천궁-II를 소재로 한 '국뽕 콘텐츠'가 범람하기 시작했다. 여러 미디어에서 패트리엇과 대등하거나 그 이상의 성능을 내면서도 가격은 3분의 1에 불과한 천궁-II가 수출 시장에서 잭팟을 터트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여러 나라에서 천궁-II를 사려고 따로 청탁까지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탄도미사일 위협이 확산돼 각국이 MD 무기, 특히 저가형 MD 무기를 찾는 상황에서 패트리엇 PAC-3 MSE와 비슷한 성능을 갖고 있으면서 가격이 3분의 1에 불과하다면 이런 무기는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 9개국 "프레이야 미사일 공동생산"
MD 무기 소요는 탄도미사일 위협이 존재하는 유럽과 중동에 집중돼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32개 회원국 중 천궁-II를 샀거나 구매하려는 나라는 한 곳도 없다. 32개국 중 미국 또는 NATO에 방공을 위탁한 캐나다·알바니아·북마케도니아·아이슬란드·몬테네그로는 MD 무기 구매 계획이 없다. 나머지 27개국 중 자체 개발 무기를 가진 튀르키예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유럽 국가가 미국(패트리엇), 프랑스·이탈리아(SAMP/T NG), 이스라엘(다비즈 슬링·바락 MX)의 MD 무기를 조달했거나 조달할 예정이다. 이와 별개로 9개국은 앞서 소개한 '탄도미사일 방어 연합'에 가입해 우크라이나와 프레이야 미사일을 공동 생산할 계획이다.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배치돼 있는 패트리엇 미사일. 평택=연합뉴스
중동 국가들이 천궁-II를 도입했지만, 미국산 패트리엇의 수량 부족에 따른 보완 옵션 성격이 짙다. 이미 패트리엇을 대량 운용중인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이란·후티 반군의 탄도미사일 위협이 점점 커지자, 패트리엇 요격탄을 추가 발주했는데 납기가 너무 늦어지자 패트리엇 수량 부족을 보완할 목적으로 빠른 납기를 약속한 천궁-II를 급하게 구매한 사례다.
이라크는 전임 총리가 집권 직후 러시아에서 S-400을 도입하려다 미국의 제재 경고 때문에 포기했고, 이후 유럽의 SAMP/T와 중국의 FD-2000B 도입을 시도하다가 모두 실패했다. 모든 공급자가 거래를 거부한 상황에서 유일한 구매 가능 옵션이었던 천궁-II를 산 것이다.
천궁-II는 'MD가 가능하면서 1발에 100만 달러 안팎의 비용으로 조달 가능해야 한다'는 미국과 유럽의 요구사항에 정확히 부합하는 대안이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은 천궁-II를 구매 대상으로 넣지 않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 카타르·쿠웨이트의 천궁-II 구매 계약이 임박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두 나라는 이란의 미사일 파상 공격 때문에 당장 구할 수 있는 모든 옵션을 알아보고 있는 것이지 천궁-II만 콕 찍어 구매하려는 것이 아니다. 두 나라 모두 프랑스와 SAMP/T NG 구매를 논의 중이고, 카타르는 미국에 패트리엇 GEM-T 200발과 MSE 300발 긴급 구매를 요청해 지난 5월 미 국무부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미국·유럽의 미사일 생산 확대...천궁 II의 '빠른 납품' 경쟁력 퇴색될수도
유럽은 연간 100발 미만이었던 SAMP/T용 아스터-30 요격 미사일 생산량을 올해 300발로 늘렸고, 신형 아스터-30 블록 1NT 미사일 생산 속도를 높이기 위해 생산 시설 확장을 진행 중이다. 현재 연간 600발 수준인 PAC-3 MSE는 2030년까지 연간 생산 능력이 2,000발 이상으로 늘어난다. 천궁-II의 연간 생산량은 300여 발 수준으로 알려졌는데, 이렇게 되면 강점이었던 '빠른 납품' 경쟁력이 사라질 수도 있다. 이란 전쟁이 끝나면 중동에서의 천궁-II 추가 수출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MD 무기 핵심 시장인 유럽과 중동에서 천궁-II가 선택받지 못하는 이유 중엔 '성능' 문제도 있다. MD 임무에서 패트리엇 PAC-3 MSE는 사거리 최대 60㎞, 요격 고도 36㎞이지만, 천궁-II는 사거리 20㎞, 고도 15~20㎞ 수준이다. 유럽 9개국이 도입하려는 프레이야는 같은 100만 달러이지만, 사거리는 80㎞에 달하고 요격 고도도 25㎞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MOSAIC-26-03 사업 역시 사거리 193㎞ 이상, 요격 고도 약 30㎞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구매자 입장에서 천궁-II가 성능에 비해 그렇게 매력적인 가격이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천궁-II의 폐쇄성도 문제로 거론된다.
국방일보
[국방부] 전작권 회복·핵잠 추진 ‘속도전’… ‘국방개혁’ 골든타임 지킨다
최한영
입력 2026. 08. 05 17:20
업데이트 2026. 08. 05 17:25
전방위 국가방위태세 확립…신뢰받는 강군 구현
국방부와 국가보훈부, 병무청, 방위사업청은 5일 청와대에서 열린 부처 합동 업무보고에서 정부 국정과제와 연계한 핵심 추진과제들을 발표했다.
국방부는 ‘국민에게 신뢰받는 첨단 강군’ 건설을 위한 13개 핵심 추진과제, 국가보훈부는 ‘모두의 보훈, 일상의 보훈, 통합의 보훈’ 실현을 위한 7대 역점과제를 내세우며 흔들림 없이 각 과제를 실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최한영·조수연 기자
대화하는 외교·안보 수장 안규백 국방부 장관, 조현 외교부 장관, 정동영 통일부 장관,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앞줄 왼쪽부터)이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업무보고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5일 “올해 후반기 군 본연의 임무에 매진하며 전방위 국가방위태세를 확립하는 한편 ‘국민에게 신뢰받는 첨단강군’ 구현을 위한 핵심 추진과제를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안 장관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업무보고에서 “‘대체불가 대한민국’을 뒷받침할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개혁과제들을 차질 없이 완수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첫 번째 핵심 추진과제로 ‘국민의 군대로 거듭나기 위한 내란 청산’을 거론한 안 장관은 “국민의 군대로 거듭나기 위해 내부 수사와 고강도 감사를 통해 200여 명의 관련자에 대해 인사·징계, 형사 조치 등 신상필벌을 했다”며 “군 정보기관이 국가안보와 장병 보안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국군방첩사령부를 해체하고 국방방첩본부를 창설했으며, 정보본부의 겸직 구조를 분리했다”고 설명했다. 장병들이 민주시민 의식을 신념화할 수 있도록 ‘민주주의와 헌법수호 교육’을 필수과목으로 반영하고, 간부들의 온라인 교육을 의무화했다는 점도 부연했다.
올해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회복 원년으로 삼고 관련 노력을 기울인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한미는 지난 5월 11월 국방장관회담 등을 통해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을 이행하기 위한 추진 성과들을 검토했다. 이를 토대로 후반기에는 전작권 회복 로드맵을 완성하고, 오는 10월 전후로 예정된 제58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완전운용능력(FOC)을 검증해 회복 시기 결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국가전략사업인 핵추진잠수함(핵잠) 사업을 속도감 있게 이행하겠다는 구상도 보고했다. 안 장관은 “‘핵추진잠수함 특별법’을 연내에 제정해 본격 사업추진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며 “특별법을 토대로 원자로와 관계시설에 대한 안전성을 검증·승인하기 위한 핵추진잠수함 원자력 안전 규제 기반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미국과 핵연료 확보 협의를 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협의해 핵잠용 핵연료 활용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이른바 ‘한국형 3축체계’ 고도화에 필요한 내년도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KF-21 전투기, 고위력미사일 등 핵심 전력을 지속 보강하는 계획도 제시했다. 고출력 레이저를 활용한 저비용·고효율 첨단무기체계 개발도 가속할 방침이다.
장병 복무여건 개선과 관련해서는 2029년까지 하사 1호봉의 보수를 연 4000만 원 수준으로 인상한다는 계획을 1년 앞당기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견간부 연봉은 비슷한 직군·경력의 중견기업 수준으로 인상을 추진한다. 안 장관은 “군 관사는 정주여건이 좋은 거점지역에 타운형 주거단지를 조성해 수요자 요구에 맞는 주거지원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미래전 양상 변화와 병역자원 감소 속 2040년까지 군 구조 개편을 하겠다는 내용도 발표했다. 안 장관은 “부대 구조는 유·무인 복합부대 중심으로 전·평시 활용할 수 있는 구조로 개편하고, AI·첨단과학기술군 기반 군 구조안을 마련했다”며 “향후 국방개혁위원회 심의 등을 통해 국민개병제에 기반해 병역 대상자가 현역병 또는 기술집약형 부사관을 선택하는 ‘선택적 모병제’ 도입을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
‘준4군체제’로 해병대를 개편하기 위해서는 국군조직법을 연내 개정해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해병대1·2사단의 작전통제권을 단계적으로 해병대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국군사관학교 창설 움직임과 관련해서는 대국민 공청회와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국군사관학교 설치법’을 제정하고 제도적 기반을 다지기로 했다. 첨단기술 기반 스마트 캠퍼스를 조성하고 우수 교수진 확보, 국립대 교수 수준 처우개선 등의 노력을 병행해 세계 일류 사관학교 창설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군사시설 규제 개선은 군이 전투 임무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하고, 주민 편익을 증진하는 차원에서 추진한다. 경기도 북부에 미군이 주둔했던 기지를 반환받기 위한 협의를 계속 추진하고, 정부 지원방안도 올해 안에 완성해 반환 공여지를 지역의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광주 군공항 이전을 위해 관계기관 지원사업을 구체화하고, 연내 최종 이전부지를 선정해 정부의 ‘메가프로젝트’ 사업을 속도감 있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안 장관은 “정부 국정과제와 국방 핵심 추진과제를 속도감 있게 이행해 구체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핵잠 건조·3축 체계 전력화 박차…'K-방산' 수출 맞춤형 지원도
"첨단 전력 적기 확보에 초점 맞출 것…올해는 체질 개선 원년"
이용철 방위사업청장. (방위사업청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뉴스1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방위사업청이 핵추진잠수함(핵잠) 세부 사업계획을 올해 중으로 수립해 핵잠 건조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용철 방사청장은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2026 하반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핵잠 건조 프로젝트인 '장보고 N사업'을 추진 중으로, 2030년대 중반 선도함 진수 및 2030년대 후반 전력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방사청도 유관 부처로서 전담 조직의 확대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및 인공지능(AI) 반도체, 실물 인공지능(피지컬AI) 기반 드론·로봇, 차세대 전투기용 항공 엔진 등 미래 전력들을 적기에 확보, 핵잠 사업 추진의 기반을 다지겠다고 밝혔다. 무인체계와 대드론체계 획득을 본격화해 KF-21·장사정포요격체계 등 3축체계 전력을 적기에 전력화겠다고도 설명했다.
하반기 핵심 5대 과제로는 △자주국방을 위한 핵심 전력 확보 △첨단전력 획득 제도 신속·개방혁신 △미래 신안보 혁신기업 육성 상생하는 방산 △탄탄한 방산 기반 구축 △K-방산 국제적 협력 및 수출지원 강화 등을 선정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리는 'WDS 2026'에 전시된 한화시스템의 스마트 배틀십 목업. (한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가별 맞춤 지원 활성화한다…유럽·동남아·남미 'K-방산' 수출 지원도
방사청 주관의 범정부 수출 지원 체계도 확대할 방침이다. 방사청은 국가별 맞춤 수요를 발굴해 협력 가능한 아이템을 찾고, 유럽 방산 공급망 참여 및 동남아·남미 대상 수주도 본격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과도 함정 건조 시장 진출 및 유지·보수·정비(MRO)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무기체계 공급망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및 공급망 조기경보시스템을 운영해 국제 분쟁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공급망 위기에 선제 대응하고 첨단기술 탈취를 막는 무단변조 방지(안티탬퍼링·Anti-Tampering) 기술도 개발, 수출 무기체계에 의무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첨단전력의 적기 확보에 특화된 획득 제도 마련을 위한 국방첨단전력사업법 제정도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 빠른 기술변화에 대응해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이란 전쟁 등에서 부각된 신기술을 국방에 신속 적용하는 신속시범사업을 활성화할 방침이다.
또 공공 자원을 통합 획득하는 범정부 협의체를 통해 공공선박 발주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군함·해경함 통합조달을 추진해 효율성을 높일 예정이다. 산림청·소방청 등과의 협업을 통해 국방R&D 성과를 산불진화·인명구조 등 재난 대응 영역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K-방산수출펀드 통한 벤처 투자 확대…부품 국산화도 지원
차세대 방산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중소기업 및 청년의 국방 유입도 활성화한다. 방사청은 K-방산 스타트업 지원사업을 통해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여 진입부터 자립까지 전 주기에 걸쳐 지원하고, 방산청년뉴딜 정책으로 방위산업 분야 청년 고용을 늘리고 창업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K-방산수출펀드 등을 통해 직접 투자를 확대하고 GVC30, 수출길 지원사업 등으로 이들의 국제적 방산 공급망 진입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중소기업 육성 정책이 실질적 매출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중소기업 제품의 관급 조달을 확대하고 무기체계 적용을 의무화해 미래 신안보 혁신기업을 육성하겠다고 했다.
동반 성장을 위한 제도 보완도 지속한다. 방사청은 정부와 체계기업이 공동으로 재원을 투입하여 부품을 개발하는 상생협력 부품국산화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상생협력 우수기업에 절충교역·이차보전 유인을 제공하는 방산 특화 상생 평가도 최초 시행하며, 정부와 체계기업이 공동으로 부품을 개발하는 상생협력 부품국산화 사업도 진행한다.
군용 화약류 취급 사업장 전체에 대한 안전 점검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등 방산 안전관리 강화도 병행한다.
이용철 방사청장은 "올해는 대한민국 방산 체질을 미래지향적으로 바꾸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첨단 전력 획득 제도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상생하는 방산 생태계를 조성해 대체 불가한 'K-방산'으로 도약하겠다"라고 말했다.
kimyewon@news1.kr
용어설명
3축체계
'공격->방어->보복'으로 구성된 북핵 대응 방안. 한국형 3축체계는 '킬체인, KAMD(한국형 대량응징보복), KMPR(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로 구성된다. 킬체인은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원점을 사전에 파악하여 발사 전에 격멸하는 공세작전, KAMD는 발사된 적 미사일을 착탄 이전에 공중에서 요격하는 방어작전이다. KMPR은 적에게 공격을 받은 이후 적 지휘부와 지도층을 섬멸하는 보복작전으로 볼 수 있다.
이용철 방위사업청장. (방위사업청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7.31 ⓒ 뉴스1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방위사업청이 불공정 행위로 입찰참가 자격 제한 대신 과징금만 부과받은 방산업체도 향후 방위력 개선사업 입찰에서 감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군수품 조달 차질을 막기 위해 입찰 참여는 허용하되, 과거 불공정행위 이력은 이후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7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의 '방위력개선사업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기준' 개정안을 마련해 관련 업체의 의견을 받고 있다.
현행 기준은 입찰등록 마감일 전날을 기준으로 최근 3년 안에 방사청으로부터 부정당업자 입찰참가 자격 제한 처분을 받은 업체에 불공정 행위 누적점수에 따라 감점을 부과하도록 했다.
군사기밀보호법이나 방위산업기술보호법을 위반해 처분 또는 형벌을 받은 업체도 감점 대상이다.
하지만 입찰참가 자격 제한을 갈음하는 차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업체는 명시적인 감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개정안은 불공정 행위 이력 평가 대상에 국가계약법 제27조의2 제1항 제2호에 따라 과징금을 부과받은 업체를 추가하도록 했다.
해당 조항은 부정당업자의 입찰참가를 제한할 경우 유효한 경쟁입찰이 명백히 성립하지 않는 때 계약금액의 최대 30%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고 입찰참가 제한을 대신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방산 분야는 특정 무기체계나 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가 한두 곳에 불과한 경우가 적지 않다. 업체 한 곳의 입찰참가를 제한하면 경쟁 자체가 성립되지 않거나 군수품 공급이 중단될 수 있어 과징금 대체 제도가 운용돼 왔다.
방사청은 지난 2013년 과징금 제도를 도입하면서 업체의 책임이 경미하거나 입찰참가 제한으로 군수품 납품업체가 한 곳 이하로 줄어드는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고 계속 납품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뇌물공여와 입찰담합 등 청렴계약 위반은 과징금 대체 대상에서 제외했다.
방사청은 "과징금 처분에도 불공정 행위에 대한 명확한 제재를 부여함으로써 감점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방위력개선사업 입찰의 공정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개정 이유를 설명했다.
입찰제한 업체만 후속 사업에서 감점을 받고 과징금 처분 업체는 감점을 받지 않는다면 같은 불공정행위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조달 공백은 막되 불공정행위 이력은 남기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과징금 처분의 효력이 입찰등록 마감일 전날부터 최근 3년 안에 있는 경우 입찰평가에 반영된다.
과징금 처분에 대해 법원이 집행정지를 결정하더라도 해당 처분이 최종적으로 무효 또는 취소로 확정되기 전까지는 감점 평가에 포함된다.
여러 불공정행위에 대해 하나의 처분이 내려진 경우에는 각 행위에 대한 부과점수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적용한다.
hgo@news1.kr
조선일보
[朝鮮칼럼] K방산 4전 4패 충격… 서방과 '전략적 동맹' 절실
캐나다 잠수함사업 탈락으로
해외 방산 수주전 4연속 실패
기술·가성비만으론 안 통해
우라늄 농축 논의도 진전 없어
서방이 신뢰하는 파트너 되려면
한·미간 갈등 요인 해소해야
박인국 前 주유엔대사, 최종현학술원 초대원장
입력 2026.08.04. 23:55업데이트 2026.08.05.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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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60조원 사업 수주 불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지난달 6일(현지 시각) 대서양 인근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에서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를 캐나다 차기 잠수함 수주 사업(CPSP)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 AP 연합뉴스
백년만의 기록적인 ‘극한 폭염’과 삼성전자의 빙하기 쇼크로 7월 내내 정신 줄을 놓아버린 사이 한반도에는 설상가상으로 NATO와 미국발 두 개의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세계적 명성을 쌓아가고 있던 K방산이 최근 주요 유럽 방산 수주전에서 4연패를 당한 것,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우라늄 농축을 잠정적으로 허용하여 7월 22일 미·사우디 원자력 협정이 서명된 것이다.
7월 7일 캐나다 정부가 초대형 차기 잠수함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독일 TKMS를 선정함으로써 ‘기술력과 납기’에서 우위가 예상되었던 한화오션과 한국 방산 업계에 ‘캐나다 쇼크’라는 충격을 안겼다. 지난 수년간 세계적 명성을 떨쳤던 K방산은 작년 11월 폴란드 잠수함 사업에서, 지난 5월 루마니아 장갑차 사업에서, 6월에는 프랑스 다연장 로켓 사업에서 수주에 실패했다. 한화오션은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나토 동맹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고 했는데, ‘나토 동맹 벽’의 구체적 내용은 무엇이며 국제사회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유럽 지역 K방산 수출의 경우 우리 업체들은 ‘가성비’와 ‘공기 단축’ 등 전통적 조건 개선에 치중한 반면, 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유럽 자체의 방위력 증진과 지역 안보 공동체 목표의 우선 달성이라는 안보 환경의 변화가 완연해지고 있다.
7월 하순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미국의 우라늄 농축 허용 기습 발표는 미국으로부터 우라늄 농축 합의를 받아내기 위해 수십 년간 매달려온 한국으로서는 충격적인 사태라 하겠다. 한국의 불만은 첫째, NPT 규범 준수 모범국인 한국과 핵무장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사우디에 대한 역차별, 둘째는 작년 11월 한·미 관세·안보 분야 ‘공동 팩트시트’를 통해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를 목표로 한 원칙 합의 후 9개월이 지나도록 한·미 간 합의 이행을 위한 구체적 진전이 없다는 점이다. 미 원자력 협력 협정 개정 등 필요한 조치나 방향 설정 등 구체적인 성과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사우디는 아직 원전을 단 한 기도 건설해 본 경험이 없지만 한국은 원전 26기를 안전하게 운영하고 있는 세계 6대 원전 국가이고 UAE에 원전을 수출한 원전 강국이다. 한국은 2004년에 IAEA가 원하면 언제든 핵 시설을 사찰할 수 있는 ‘추가의정서’를 비준했으나 이번에 사우디에 대해 ‘추가의정서’ 의무를 면제해 주려는 것도 파격이다.
최근 4전 4패의 연속적인 방산 수주 실패와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협상이 지체된 데는 다양한 이유와 배경이 있겠지만, 두 경우 모두 한국이 서방 세계의 장기적 안보 목표를 함께 나눌 전략적 파트너인지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공통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한·미 간 균열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아지고 있다. 미. 중 전투기 서해 대치, 전시작전권 전환, 유엔사의 평시 DMZ 관할권, 그리고 일부 장관의 북한 핵 관련 정보 유출 등 언론에 중점 부각된 이슈도 있지만 미국 테크 기업에 대한 차별 주장, 대미 투자 약속 이행 지연, 민감 안보 정보 공유 중단, 상이한 북핵 위협 인식과 대응, 그리고 대이란 전쟁 지원 요구에 대한 대응 등 민감 이슈들이 줄이어 있다.
이런 현안들이 미국 집권 그룹(MAGA)의 기본적 가치와 갈등 요인이 되었고 양측 간 인식 차이가 폭과 깊이를 더해 가고 있다는 염려에 주목하게 된다. 지난 4월 21일 미 공화당 하원의원 54명이 쿠팡에 대한 차별 중단을 촉구하는 연서를 제출한 것도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어 조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든 그 이전 단계의 약식 합의든 한·미 양국 정부 간 협상 결과가 채택될 최종 합의 문건의 발효를 위해서는 어떤 형식이든 미 의회의 관문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지난 7월의 ‘혹독한 좌절들’은 미국이든 NATO 회원국이든 우리 기업들이 그간 자랑해오던 ‘On time, On budget’ 전략만으로는 가치 동맹으로서 신뢰받는 파트너가 되는 데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제 한국이 미국과 유럽의 믿을 만한 동맹이라는 점과 미래 핵심 산업의 불가결한 파트너라는 두 가지 기본 요건을 함께 각인시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러한 방안도 한국이 반도체나 일부 첨단 과학에서 초격차를 유지할 때만 가능할지 모른다.
현재의 초격차마저도 미국이 고성능 칩을 중국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강력히 틀어막고 있어 누릴 수 있는 반사적 이익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이 초격차를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7월 7일 앙카라 나토 정상회의 계기에 개최된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SMR(소형 모듈 원자로) 협력 각서에 합의한 것은 새로운 한미 간 파트너십의 선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이 기회를 빌어 글로벌 차원의 우라늄 농축 프로젝트를 한·미 간 또는 한·미·일 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일 3자간 컨소시엄 형태로 추진하는 방안의 적극 검토를 제안한다. 현재 전 세계 약 416기 원전 연료인 농축 우라늄의 40% 이상을 러시아가 공급하고 있고 중국도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러시아와 중국이 마음먹기에 따라 언제든지 농축 우라늄 분야에서 심각한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닥칠 수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94기 원전 가동을 위한 농축우라늄의 약 20% 이상을 러시아로부터 수입해왔고 한국도 약40%를 러시아로부터 수입 의존하는 취약한 상태에 있어 한.미간 컨소시움 형성이 어느때 보다 시급하다. 미 의회도 2028년부터는 러시아산 원전용 농축우라늄 수입을 금지시켰기 때문에 한미 양국이 우라늄 농축을 위한 국제 컨소시움을 형성하면 반도체에 이어 농축우라늄의 글로벌 공급망에서도 새로운 주역이 될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전략공유면에서 확실한 우방으로 인정받는다는 전제하에서 가능한 일이다.
더투데이
노르웨이·폴란드가 줄섰지만, 미국 중소업체 하나가 KF-21을 멈춰세웠다
이교관
승인 2026.08.04 10:23
부품 자립 없는 방산 수출의 청구서
미국 중소업체 하나가 국산 전투기 양산을 흔들다
두 달여 전의 일이다.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보라매)의 조종석 캐노피를 공급하는 미국의 한 중소업체가 우리 방위사업청에 일방적인 조건 변경을 통보했다고 국내 한 방송사가 지난 5월 말 보도했다.
초음속 비행에 따른 기압·온도 변화를 견디고 비상 탈출 시 조종사를 보호해야 하는 캐노피는 전투기 제조의 핵심 고부가가치 부품이다. 이 미국 업체는 방위사업청에 기존 계약 단가의 2~3배 인상과 자사의 생산시설 투자비용 부담을 요구하며, 수용하지 않으면 후속 양산 물량(80대분) 공급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는 것이 방송 보도의 요지다.
보도 직후 방위사업청은 최초 양산 40대분은 이미 확보해 당장의 차질은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나 미국 업체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최대 620억 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하고, 설령 국산화로 대체하더라도 약 200억 원의 비용과 전력화 일정 지연 위험이 남는다.
문제의 본질은 간단하다. 대체 가능한 공급망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지난 5월13일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양산2호기와 다목적무인기 실증기가 공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완제품 수출의 성공이 부품 자립을 의미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 사건이 던지는 질문이 KF-21 한 기종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몇 달간 K-방산은 폴란드 K2 2차 계약, 페루 K2·K808 도입, 그리고 노르웨이의 선택으로 조명받았다. 미국의 디펜스뉴스에 따르면, 노르웨이는 2026년 1월 미국 록히드마틴의 하이마스(HIMARS) 대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천무(K239 Chunmoo)를 20억 달러 규모로 선택했다. 노르웨이 국방부는 천무가 성능·납기·비용 요건을 모두 충족한 유일한 대안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성공의 이면에서, 완제품 수출 계약 체결과 핵심 부품·기술의 자립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는 사실이 KF-21 캐노피 사건으로 드러났다.
FA-50, 천궁-Ⅱ 등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 상당수에는 미국산 부품·소프트웨어가 포함돼 있다. 미국의 국제무기거래규정(ITAR)은 단 하나의 통제 부품만 포함돼도 완성품 전체를 통제 대상으로 간주한다.
국내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2015년 미국은 T-50 골든이글의 우즈베키스탄 수출(4억 달러 규모)을 기술 유출 우려를 이유로 불허한 전례가 있다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가 완제품을 개발하고 계약까지 성사시켜도, 부품 하나의 통제권이 워싱턴에 있는 한 최종 수출 여부도 워싱턴이 정한다는 걸 보여준 사례로 평가 받는다.
역설 — 한국은 규제의 대상이자 동시에 규제 설계자로 지목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국내에 거의 보도되지 않은 지점이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025년 국가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 한국의 절충교역(offset, 국가 간에 무기나 군사 장비를 사들일 때, 판매국으로부터 기술 이전, 부품 역수출, 군수 정비 능력 확보 등의 반대급부를 받는 조건부 무역 방식) 제도 자체를 "외국 계약자에게 기술이전을 강요하는 무역장벽"이라고 공식 지적했다. 즉 한국은 ITAR을 통해 미국의 부품 통제를 받는 입장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조달 관행이 미국에 의해 무역장벽으로 지목되는 이중적 위치에 서 있는 것이다.
워싱턴이 한국의 방산 수출 방식 자체를 문제 삼기 시작했다는 것은, 앞으로 절충교역을 통한 기술 확보 전략이 지금처럼 순조롭게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다.
국방부는 경기도 포천시 승진훈련장에서 지난 5월 말 2026 합동화력훈련을 실시했다. 이번 훈련은 한국군 주요 전력이 대거 참여하는 합동화력훈련으로 K-방산 주력장비와 신규 무기체계 등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사진은 지난 5월21일 실시된 합동화력훈련 미디어데이에서 육군 K2 전차가 포탄을 발사하는 모습이다. / 사진=연합뉴스
비교 — 유럽의 자국 우선주의, 미국의 MRO 락인 모델
유럽에서는 다른 방식의 견제가 진행 중이다.
폴란드가 서명한 EU SAFE 프로그램(2025년 유럽연합(EU)이 회원국들의 국방 역량 강화와 방위산업 확충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대규모 저금리 국방 차관 제도)은 조달 물자 부품 가치의 65%를 EU 또는 우크라이나산으로 채우도록 규정하고 있어, 사실상 미국과 한국의 공급망을 배제하는 구조다.
이 조건이 불리하다는 국내 비판에도 불구하고,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아크-카미슈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SAFE 프로그램을 적극 옹호했다.
반면 미국·독일 등 전통 방산 강국들은 완제품 판매보다 장비나 시스템을 최초 공급한 뒤, 수십 년간 후속 정비와 부품 공급을 독점하여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MRO(유지·보수·정비) 락인(Lock-in) 모델을 갖추고 있다. 한국은 아직 이 구조가 취약하다.
한국 안보자산 결론 — 순위보다 자립도
우리 정부는 2030년까지 세계 4위 방산 강국을 목표로 내걸었다. 그러나 이 순위는 완제품 수출액 기준이지, 부품·기술 자립도까지 반영하지는 않는다.
폴란드·페루·노르웨이에서 터뜨린 잭팟이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사이, 정작 개혁이 필요한 지점 — 핵심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투자, 해외 MRO(Maintenance, Repair, and Operations, 기업의 유지보수‧수리‧운영) 네트워크 구축, 절충교역 제도의 재설계 — 은 여전히 뉴스 밖에 머물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