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전기적 신호 해석하는 BCI 기술 상상하면 즉시 기계로 전달 ‘속도 혁신’ 유인기 조종 동시에 다수 무인기 통제 미 국방부, 군집 드론 제어 헬멧 연구 중 조종사 집중력 저하·신호 왜곡 등 과제 시선 추적 기술 결합 정확도 향상 나서
2025년 1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게재된 한 편의 논문이 뇌신경과학계와 국방 분야 이목을 집중시켰다. 논문의 주인공은 ‘T5’라는 코드명으로 불리는 69세 남성이다. 그는 척수 손상으로 인해 목 아래가 마비돼 손가락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스탠퍼드대학과 미시간대학 등 연구팀이 그의 뇌에 이식한 두 개의 작은 칩은 놀라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가 가상 공간에서 드론을 조종하는 실험에 나선 것이다.
실험 과정은 매우 흥미로웠다. T5가 ‘왼손 엄지를 움직인다’고 상상하는 순간 화면 속의 가상 드론이 앞으로 전진하는 모습이 관측됐다. 이어 ‘검지와 중지를 펴는 상상’을 하자 드론이 장애물을 피해 고도를 높였다. 물리적인 조이스틱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직 뇌의 신호만으로 복잡한 3차원 공간을 비행한 것이다. 이는 인간의 뇌와 기계를 직접 연결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Brain-Computer Interface)’ 기술이 보여주는 미래 전장의 단면이다.
BCI 기술의 기본 원리는 뇌가 내리는 전기적 신호를 해석(Decoding)하는 데 있다. 인간이 팔을 움직이려 하거나 특정 동작을 상상할 때 뇌의 운동 피질에서는 고유한 전기 신호가 발생한다. 척수 손상 환자의 경우 이 신호가 근육으로 전달되는 신경 경로가 단절됐을 뿐 뇌에서 생성되는 신호 자체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연구팀은 T5의 뇌, 그중에서도 손의 움직임을 관장하는 ‘핸드 노브(Hand Knob)’ 영역에 칩을 이식했다. 96개의 미세 전극이 달린 이 칩은 신경세포의 발화를 포착한다. 그리고 인공지능(AI) 시스템은 이 신호 패턴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기계가 이해할 수 있는 디지털 명령어로 변환한다. T5의 실험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방향을 전환하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손가락 움직임을 세 그룹으로 나눠 정밀한 매핑을 시도했다. 엄지는 전후좌우 이동, 검지와 중지는 상승과 하강, 약지와 소지는 회전을 담당하도록 설정했다. 그 결과 T5는 두피 밖에서 뇌파를 측정하는 기존의 비침습적 방식보다 약 6배 더 정교하게 드론을 제어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고됐다. 이는 뇌파가 단순한 신호 전달을 넘어 정밀한 조종간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군사 전문가들이 이 기술에 주목하는 주된 이유는 ‘속도’와 ‘직관성’에서 찾을 수 있다. 현대 공중전은 0.1초의 차이가 전황을 바꿀 수 있는 환경이다. 기존의 조종체계는 시각 인지에서 판단, 신경 전달, 근육 조작에 이르는 다단계 과정을 거치며 수백 밀리초(ms)의 반응 지연이 불가피하다. 반면 BCI는 뇌의 의도(Intention)가 발생하는 즉시 기계로 전달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 이론적으로는 ‘생각의 속도’에 근접한 반응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또한 ‘멀티태스킹’ 능력의 확장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래 전장의 핵심 개념인 ‘유·무인 복합체계(MUM-T)’ 환경에서 조종사는 자신의 기체를 조종하면서 동시에 다수의 무인 윙맨(Loyal Wingman)을 통제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유인기 조종에 양손과 양발이 이미 할당된 상황에서 BCI는 조종사에게 ‘제3의 손’과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종사가 전방을 주시하며 ‘윙맨 1호, 우측방 경계’라는 의도를 품으면 AI가 뇌파를 읽어 명령을 하달하는 방식이다.
미래 전장에서 가상의 병사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을 활용해 생각만으로 드론을 운용하는 모습.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로 이미지를 구현했다.
미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N3(Next-Generation Nonsurgical Neurotechnology)’ 프로그램을 통해 관련 기술을 연구 중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수술 없이 헬멧을 착용하는 것만으로 뇌파를 이용해 군집(Swarm) 드론을 제어하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침습식 대비 정밀도 격차를 AI 기반 신호 보정과 고밀도 센서 기술로 좁히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핵심 과제다.
하지만 전장에 실제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주된 난관 중 하나는 ‘신호의 잡음(Noise)’ 문제다. T5의 실험은 통제된 환경에서 뇌에 칩을 직접 이식했기에 비교적 깨끗한 신호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일반적인 병사에게 뇌수술을 적용하기는 어렵다. 헬멧 형태의 비침습적 장비는 두개골을 통과하며 약해진 신호를 읽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이 과정에서 신호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병사가 이를 꽉 깨물거나 전장의 소음, 진동 등의 외부 자극에 반응할 때 발생하는 생체 신호가 뇌파와 섞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종사의 의도와 불필요한 잡음을 구별해내는 고도화된 필터링 기술이 요구된다. 또 다른 과제는 ‘인지 부하(Cognitive Load)’다. 기계를 움직이기 위해 특정 뇌파 상태를 유지하려 집중하다 보면 뇌의 피로도가 높아질 수 있다.
장시간 작전에서 조종사의 집중력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현재의 기술 개발 흐름은 BCI가 조종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보조적인 수단으로 활용되는 방향에 무게가 실린다. 긴급 상황에서의 회피 기동이나 복잡한 메뉴 조작을 단순화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최근에는 시선 추적(Eye-tracking) 기술과 결합해 정확도를 높이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이 분야에서 아직 초기 단계에 있으나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적인 수준의 반도체 기술과 AI 신호 처리 역량은 BCI 장비의 소형화와 정밀도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기반이다. KAIST,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 국내 연구기관에서 뇌파 기반 로봇 제어 원천 기술 연구가 진행 중이며, 이를 국방 분야로 확장하기 위한 연구 연계가 과제로 남아 있다.
장기적으로는 한국형 전투기와 연동되는 무인 편대기 운용에 BCI 기술이 접목되는 시나리오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인구 감소로 인한 병력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우리 군에 한 명의 운용자가 다수의 무인체계를 효율적으로 통제하는 기술은 실질적인 전력 배수 수단이 될 수 있다.
무기체계의 발전사는 인간의 통제 능력을 확장하는 과정이었다. 도구와 기계를 거쳐 이제는 ‘뇌’라는 영역이 새로운 인터페이스로 부상하고 있다. 인간의 의지와 기계의 실행력이 뇌파라는 신호로 연결되는 것, 그것이 미래 조종사가 갖추게 될 새로운 능력일지 모른다.
다음 회에서는 잠들지 않는 궤도의 눈, 우주 드론이 바꾸는 정찰의 패러다임에 대해 알아본다.
필자 김형석 한성대학교 국방과학대학원 국방전력학과 교수는 한국대드론산업협회 드론센터장,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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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보조 병기에서 전장의 주인공으로
입력 2026. 04. 21 16:22
업데이트 2026. 04. 21 16:38
최근 상하제대를 막론하고 심도 있게 이뤄지는 드론 유닛 전투 수행법에 대한 토의와 시대적 흐름에 맞춰 드론 조종자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드론의 운용원리와 잠재력을 체감했다. 직접 조종기를 잡고 느낀 드론의 기동성과 정밀함은 드론이 보조 병기를 넘어 보병의 소총만큼이나 보편적이면서 전장의 승패를 가르는 치명적인 ‘하늘의 유닛’으로 자리 잡았음을 확신하게 만든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의 ‘바이락타르 TB2’와 같은 중대형 무인공격기는 러시아 전차부대를 궤멸시키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방공망이 정비되자 상황은 급변했다. 크고 느린 무인기는 손쉬운 먹잇감이 됐고, 전장은 ‘중소형 자폭드론’과 ‘초소형 일인칭시점(FPV) 드론’의 시대로 넘어갔다. 현재 전장의 주역은 수백 달러에 불과한 FPV 드론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 생산된 이 작은 기체들은 정밀조종을 통해 전차와 장갑차의 취약부를 파고든다. 이는 고가의 전략자산을 저가의 소모성 유닛으로 무력화하는 ‘비대칭 전술’의 극치를 보여 준다.
드론의 위협이 상시화하면서 이를 막기 위한 물리적·비물리적 대응 역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드론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무선주파수(RF) 신호를 기반으로 운용된다는 아킬레스건을 갖고 있다. 러시아는 동부전선 20㎞마다 ‘전자전 단지’를 구축해 적 드론의 접근을 원천봉쇄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는 매달 1만 대 이상의 드론을 잃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이러한 비물리적 대응(Soft-Kill)만큼이나 중요한 게 물리적 대응(Hard-Kill)이다. 재밍을 회피하고자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지능형 드론이 등장하면서 물리적으로 기체를 무력화하기 위해 기존의 대공포와 더불어 탄약 소모 없이 정밀타격이 가능한 ‘고출력 레이저’, 적 드론을 공중에서 사냥하는 ‘요격 드론’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드론 사냥꾼’으로 불리는 대드론 전담부대는 장비를 활용해 드론을 파괴하고 방호네트 설치, 철저한 위장, 신중한 대피 등 적 드론의 눈으로부터 아군의 생명을 지켜 내고 있다.
미래전의 승패는 누가 더 많은 드론 유닛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방어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는 단순히 성능 좋은 드론을 보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유사시 즉각적인 대량 공급이 가능한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동시에 AI 기반의 통합 안티드론 시스템을 완성하고 모든 제대 장병이 드론의 위협을 일상으로 인식하도록 실전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하늘의 암살자’ 드론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박경환 중령 육군11기동사단 사자여단
한국일보
K방산, 이제는 '여유'가 경쟁력이다 [무기로 읽는 세상]
입력 2026.04.22 04:30
김대영 군사평론가
천궁-II는 통제소, 다기능 레이더, 요격미사일 발사대로 구성되어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전쟁은 비싸고 화려한 무기를 많이 갖췄다고 해서 이기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필요한 무기를 끝까지 계속 쓸 수 있느냐, 전력에 빈틈이 생겼을 때 얼마나 빨리 메울 수 있느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작전은 이 단순하지만 무거운 사실을 다시 보여줬다. 전쟁이 시작되자 포탄과 로켓, 공대지 유도무기, 지대공 요격미사일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소모됐다. 결국 전장에서는 첨단 성능 그 자체보다 얼마나 충분히 쌓아뒀는지, 또 얼마나 빨리 다시 채울 수 있는지가 승패를 가르는 기준이 됐다. 현대전은 더 정밀한 무기를 가진 쪽보다, 더 오래 버티고 더 빠르게 보충할 수 있는 쪽이 유리한 싸움이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전쟁은 무기 목록 경쟁이 아니라 재고와 생산, 정비와 보충 체계의 경쟁이라는 현실이 선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 군이 추진하는 이른바 '탄 뱅크(Bank)'는 늦었지만 반드시 가야 할 방향이다. 탄 뱅크는 육·해·공군이 사용하는 미사일과 로켓, 폭탄 등을 평소 충분히 비축해 두는 개념이다.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곧바로 꺼내 쓸 수 있도록 미리 넉넉히 준비해 두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새로운 무기체계를 들여오는 데 익숙했지만, 그 무기를 오래 운용하기 위해 꼭 필요한 탄약과 유도무기를 충분히 쌓아두는 일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그러나 전차는 포탄이 있어야 싸울 수 있고, 전투기는 미사일과 유도폭탄이 있어야 힘을 발휘하며, 방공체계는 요격미사일이 충분해야 하늘을 지킬 수 있다. 아무리 첨단 장비라도 쏠 탄이 떨어지는 순간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 무기 도입과 실전 지속 능력은 따로 갈 수 없고, 이제는 후자를 먼저 따져야 하는 시대가 됐다.
여기에 함께 봐야 할 것이 'MF 장비', 즉 정비대체장비다. 야전에서 운용하던 전차·장갑차·항공기가 고장 나거나 장기 정비에 들어갔을 때 그 자리를 메우기 위해 확보해 두는 예비 장비다. 아무리 많은 장비를 도입해도 일부가 정비 때문에 빠지면 실제 가용 전력은 빠르게 줄어든다. 서류상 보유 대수와 실제 투입 가능 전력은 다를 수밖에 없다. 전쟁을 버티는 힘은 얼마나 많이 샀느냐보다, 계속 쏠 수 있게 하는 '탄 뱅크'와 계속 움직일 수 있게 하는 MF 장비를 얼마나 충분히 갖췄느냐에 달려 있다. 전력은 숫자가 아니라 가동 능력으로 평가돼야 한다는 뜻이다. 평시에 여분처럼 보이는 것들이 전시에는 가장 현실적인 전투력이 된다.
이런 '여유'는 우리만을 위한 준비에 그치지 않는다. 충분한 비축과 예비 전력, 살아 있는 생산라인을 가진다면, 위기 때 우리 군 전력의 공백을 줄일 뿐 아니라 한국산 무기를 도입한 국가의 긴급 수요에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자국 수요만 간신히 맞추는 구조로는 해외 고객이 "지금 당장 필요하다"고 할 때 움직이기 어렵다. 반대로 여유 있는 재고와 생산 기반을 갖춘 국가는 그 자체로 신뢰를 판다.
폴란드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폴란드는 2022년 한국과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도입 계약을 맺으며 무엇보다 속도를 원했다. 몇 년 뒤 완성된 전력을 받는 것보다 지금 당장 전력의 빈틈을 메울 수 있는 공급 능력이 더 절박했던 것이다. 특히 FA-50GF는 우리 공군의 운용 경험과 유지된 생산 기반 덕분에 비교적 빠른 공급이 가능했다. 결국 폴란드가 높이 산 것은 성능과 가격만이 아니었다. 필요할 때 곧바로 공급할 수 있는 준비된 체계, 바로 그 여유가 한국 방산의 경쟁력이었다.
K방산은 이미 수출 강국의 문턱을 넘어섰다. 그러나 진짜 강국은 많이 파는 나라가 아니다. 자국군 전력을 넉넉히 채우고, 필요할 때 우방에도 제때 내줄 수 있는 나라가 진짜 강국이다. 이제 K방산에도 '여유의 미학'이 필요하다. 그것은 낭비가 아니다. 전쟁을 견디는 시간이고, 생산을 이어가는 힘이며, 수출 경쟁력을 떠받치는 기초 체력이다. 평시의 여유가 전시의 생존을 만든다. 전쟁은 결국 재고가 이긴다. K방산의 다음 경쟁력은 더 화려한 무기 하나가 아니라, 끝까지 버틸 수 있는 이 여유에서 나와야 한다.
[지평선] 방산 전시회 돈벌이
입력 2026.04.21 16:00
김광수 논설위원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 ADEX 2025' 행사장을 찾아 군용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전시·컨벤션 산업은 굴뚝 없는 공장으로 불린다. 국제회의와 전시회, 관광을 묶은 마이스(MICE) 산업 규모는 세계적으로 연간 1조 달러를 웃도는 거대시장이다. 해마다 수억 명이 전시회를 보러 국경을 넘는다. 행사가 열리면 참가비와 전시장 임대료, 숙박과 교통, 각종 계약에 줄줄이 돈이 붙는다. 기업은 판로를 넓히고 도시는 손님을 모은다. 경제를 들썩이게 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없다.
□ 특히 방산 전시회가 각광받고 있다. 정세가 불안하고 무력충돌이 잦아 각국이 군비확충에 나서면서 시장이 급성장했다. 첨단무기와 군사기술을 선보이는 자리에 정부와 군, 기업 관계자들이 몰렸다. 프랑스 유로사토리, 영국 DSEI, 아랍에미리트 IDEX, 폴란드 MSPO가 대표적이다. 인공지능(AI), 무인체계, 우주전력으로 범위를 넓혀 몸집을 키웠다. 무기 성능을 뽐내던 전시회가 국가 전략산업의 미래를 가늠할 쇼윈도로 탈바꿈했다. 에어쇼의 화려한 볼거리 뒤에서 국방과 외교, 기술이 맞물려 각축을 벌였다.
□ 우리도 일찌감치 대열에 합류했다. 1996년 서울 에어쇼로 출발해 2009년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ADEX)로 판을 키워 지상과 공중, 우주전력을 망라했다. K방산 약진과 함께 세계 3대 방산 전시회를 표방할 정도로 위상을 높였다. 파이가 커지자 전시회가 갈라졌다. 2014년 지상무기 중심의 대한민국 방위산업전(DX KOREA)을 떼어냈다. 행사 주관사와 수익 배분을 놓고 갈등하던 육군협회는 2024년 대한민국 국제방위산업전시회(KADEX)라는 새 간판을 내걸었다.
□ DX KOREA는 일산 킨텍스, KADEX는 군 시설인 계룡대 비상활주로에서 열린다. 전시 내용이 아니라 주최 측의 이해관계에 따라 그렇게 쪼개졌다. 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양쪽에 모두 참가하는 경우가 많다. 방산 전시회가 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안보 플랫폼이 아니라 돈벌이 수단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국방부가 KADEX의 활주로 사용에 뒤늦게 제동을 걸었다. K방산 호황에 편승해 숟가락 얹는 잔칫상쯤으로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2015년 방산비리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추진한 문민화에 대해 방사청 현역 장교들이 반발한 것이다. 2014년 하반기부터 합수단의 방산비리 집중 수사가 시작됐고, 다른 한편으로는 총리실이 중심이 되어 ’방산비리대책단‘이 구성되었다. 대책단이 마련한 방산비리 대책에는 획득전문형 장교들의 군 순환 근무 도입과 문민화 확대 등이 포함되었다. 이 가운데 문민화 확대는 전현직 장교들의 폐쇄적 네트워크 폐해를 방지하고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방사청의 인적 구성을 일반 공무원 70%, 현역 장교 30%로 대폭 조정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방사청 기획조정관이었던 필자에겐 큰 난제였다. 필자는 이명박 정부 시절 방사청의 문민화 추진과 관련해 깊은 트라우마가 있었다. 2011년 3월 노대래 방사청장은 부임 직후 필자에게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를 급히 받아 적은 메모를 보여주었다. 핵심 내용은 ’아직도 남아 있는 현역 장군 중심의 방사청 체제를 혁신하여 문민 중심으로 조정‘하고, ’예산 절감, 경쟁 강화 등 방위사업의 혁신 방안을 마련‘하라는 것이었다. ’리베이트를 줄이면 획득예산 20%를 줄일 수 있다‘는 말이 회자되던 시기였다.
지난 14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이 법안 의결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방사청 개청의 주역으로 출범과 함께 방사청 차장으로 일했고, 20년 만에 방사청장으로 복귀했다. 뉴스1
2006년 출범 직후 방사청은 이용철 차장(현 방위사업청장)이 중심이 된 개청의 주역들이 업무를 주도했고, 현역 장교와 공무원간 협업도 원활하였다. 그러나, 이 차장이 사직한 후 방사청 전체를 아우르는 구심점이 사라졌다. 그리고, 현역 장교, 특히 장군 인사권이 없는 방사청장보다 각군 사업 책임자인 장군들이 자군 입장을 내세워 방사청 전체 업무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젊은 획득전문형 장교들은 고위직 일반형 장교들의 지휘통제를 받았고, 공무원들도 이들의 지휘에 영향을 받는 구조로 변화한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면서 겉 모습은 방사청 체제이나, 실제 업무는 과거의 국방부 획득실 체제로 고착된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는 이 구조를 혁파하라는 것이었다.
문민화 키워드로 조직 개편 추진하자 군이 집중 공격
필자는 기획조정관으로서 조직 개편 방안을 마련했다. 지나치게 세분화돼 업무간 칸막이 폐해를 일으키는 조직 편제를 통합 조정해 일반형 장교들의 직위를 축소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리고 그 직위를 젊은 국장급 공무원과 획득전문형 장교로 대체하고, 주요 직위를 문민화하며, 경쟁 확대와 예산 절감 내용까지 방안에 담았다.
노대래 청장의 보고를 받은 이명박 대통령은 만족스러워 했다. 반면 국방부와 각 군은 직접적으로 불만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그 일로 필자는 군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국회 국방위에 불려가 장군 출신 의원으로부터 '당신은 폭군이니 당장 방사청을 떠나라'는 호통을 들어야 했다.
혁신을 추진하면서 '폭군'으로 낙인찍힌 일 때문에 그 상황은 필자에게 깊은 트라우마로 새겨져 있었다. 그런데 4년 뒤 그보다 더한 과제를 만난 것이다. 공무원 구성을 70% 수준으로 확대하는 문민화는 전문성과 투명성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는 옳은 결정이었지만, 방사청의 아이콘인 획득전문형장교의 규모도 일부 줄여야 했다. 획득전문형을 선택해 장교가 된 이들은 일반형 장교로 전환해 군으로 복귀하는 방법이 있었으나 충격이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은 획득전문형 장교에서 획득전문공무원으로 신분을 전환하여 방사청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 장교의 길을 포기해야 하지만 전문 분야를 살릴 수 있어서 그나마 선택 가능한 대안이었다.
한국산 2.75인치 유도로켓 '비궁'의 발사 모습. 방위사업청 제공
행정자치부와 기획재정부의 협조를 얻어 줄어드는 획득전문형 장교 규모에 부합하는 공무원의 직급별 숫자를 증원·확보하려 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젊은 장교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행자부와 기재부는 협조적이었으나 필요한 만큼 인력 증원을 얻어낼 수 없었고, 인사행정 원칙상 직급별로 공개 모집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즉각적인 신분전환이 보장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획득전문 공무원으로 신분 전환 등 노력으로 갈등 봉합...핵심 인력된 장교들
장교들은 문민화와 관련해 '현역 장교는 비리집단이고, 공무원은 투명집단이냐'며 분개했고, 대안으로 제시된 신분전환방안 마저 실질적인 추진 여부를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방사청 내부 전체가 술렁거리며 휘청댔다.
결국 진솔하게 설명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필자는 문민화 추진의 불가피성, 공무원 모집 때 획득업무 전문성에 가중치를 주어 획득형 장교들의 신분전환을 보장하는 방안, 자군 복귀가 불가피한 경우 충분한 준비기간을 주는 방안 등이 마련되어 있음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후 방사청 전체 현역 장교들을 소그룹으로 구성해 다양한 형태의 대면 설명 시간을 가졌다. 술도 함께 마시며 거칠지만 진솔한 불만을 경청했고, 충격을 최소화하되 문민화는 확고히 하도록 대책을 정교하게 다듬었다.
약 2개월 후 방사청 직제령이 개정되었고, 획득전문형 공무원 공개 모집은 전문성에 중점을 두어 약 3년 동안 실시되었다. 그리고, 획득전문형장교에서 신분전환된 획득전문형 공무원들은 단기간 내 방사청 핵심 인력으로 자리잡았다. 이들은 훗날 필자가 방사청장으로 임명되자 방산현장 상황을 상세히 공유하고, 방산수출방안을 제시하는 귀인이 되었다.
KF-21 항전장비 개발 기술 관련 의혹...청와대의 정밀 조사
2015년 9월, 또 다른 형태의 위기상황이 발생했다. 전투기 F-35A 도입사업의 절충교역으로 AESA 레이더, 적외선탐색추적장비(IRST), 전자광학추적장비(EO TGP), RF 재머 등 4개 항전장비의 기술을 미국 정부로부터 이전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애초부터 기술이전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는 K-21 사업과 맞물려 큰 논란이 됐다.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 양산 1호기가 지난 15일 경남 사천 제3훈련비행단에서 출고 22일 만에 생산시험비행을 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KF-21 사업은 미국의 F-16을 대체하는 4.5세대 전투기를 개발하는 사업으로, 4대 항전장비 등 핵심 구성품에 대한 기술을 국내에서 보유하고 있어야 추진이 가능한 사업이다. 국내 기술 수준에 대한 논란으로 수년 동안 의사결정이 미뤄지다가, 총 8회에 걸친 기술수준 준비실태 연구용역을 통해 사업 추진이 결정된 국가적 사업이다.
그리고, 국회 국방위는 2014년 방사청 국정감사에서 최첨단 전투기 F-35 도입시 절충교역을 통해 4개 항전장비 기술 등을 미국으로부터 이전받거나 지원 확약을 받으라고 방사청에 요구했다. 첨단 전투기 관련 기술의 국내 수준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이 곤란한 상황에서 당시 방사청장은 다소 애매하게 기술이전과 기술지원을 구분하지 않고 그러겠다고 답변했다.
KF-21 사업 추진을 확정하기 수년 전부터 국방과학연구소(ADD)는 4개 항전장비 등 핵심 구성품 개발 기술을 축적하고,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 등 방산업체와 협업하여 기초단계 시제품 개발을 거의 완성한 단계였다. 그리고 전투기의 몸체 개발과 핵심 구성품의 체계통합은 KAI(한국항공우주산업)가 주축이 되어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었다. KF-21 개발에 대한 기술적 자신감이 쌓인 상태에서 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보안 고려한 답변 때문에 불거진 의혹...기술 시연으로 논란 해소
그런데 기술 보안을 고려한 애매한 답변은 준비 부족과 거짓말 논란으로 비화하여 확대 재생산됐다. 당시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은 방사청의 기술적 준비 실태에 대한 정밀 감사에 나서, 장명진 청장부터 조사했다. 장 청장은 알기 쉽게 그림을 그려가면서 4개 항전장비 등 핵심 구성품 개발이 가능함을 설명했다.
지난 2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중동 최대 방위 산업 전시회 ‘WDS 2026’에서 HD현대중공업과 LIG D&A,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함께 전시관을 꾸린 모습. /LIG D&A
HD현대중공업은 LIG D&A(옛 LIG넥스원)와 손잡고 지난 19일(현지 시각)부터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해양항공우주 전시회 ‘SAS 2026’에 참가하고 있다. 전 세계 57국 430여 방산 기업이 참여하는 이 행사에 한국 기업이 부스를 꾸린 것은 처음이다. 두 회사는 150㎡ 규모 공동 전시관을 마련해 최첨단 이지스 구축함과 호위함 등을 선보였다. 두 기업이 손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2026 국제방산전시회(WDS)’에서 두 회사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함께 대규모 연합 전시관을 꾸렸다.
방산업계에선 두 회사가 한화에 대한 공동 전선을 구축한 것으로 해석한다. 미국에서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를 앞세워 마스가(MASGA) 프로젝트 대표 기업으로 떠올랐다. 중동에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오션 등 한화 방산 3사가 매번 대형 부스를 차리고 공세를 펴왔는데 여기에 맞불을 놨다는 것이다.
이 같은 풍경은 글로벌 시장에서 K방산이 주목받는 상황을 반영한다. 과거엔 화포는 한화, 함정은 HD현대, 항공은 KAI 등 각자의 영역이 뚜렷했지만, 시장이 세계로 확대되면서 주도권을 두고 경쟁이 치열해졌다. 특히 공격적인 인수·합병(M&A)과 수직 계열화 등으로 몸집을 불리는 한화에 대해 경쟁사들은 전략적 ‘반(反)한화’ 동맹으로 맞서는 중이다.
그래픽=박상훈
◇한화와 부딪히는 경쟁사들
2023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 전후, 한화는 육·해·공 전역에 걸친 확장에 나서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한화는 KAI와 풍산 탄약 사업부 인수 의지를 동시에 드러냈다. 한 방산 업체 관계자는 “한화가 육·해·공에 모두 진출해 주도권을 쥐면 자칫 나머지 기업들은 사업 다수가 한화 공급망 안에 포섭될 수 있는 만큼 긴장하고 있다”고 했다.
HD현대와 LIG가 대표적이다. 한화오션 등장 후 이 분야 선두 주자였던 HD현대중공업은 7조8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수주를 놓고 치열한 경쟁에 내몰렸다. LIG는 주력 분야였던 방어용 중·장거리 유도무기 교전통제시스템(ECS) 사업에 지난해 한화시스템이 진출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무기를 활용해 실제 요격이 이뤄지게 하는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이 ECS다.
그 결과 두 기업의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2024년 페루 해군의 호위함 및 경비함 사업을 수주할 때 함정의 두뇌 격인 전투체계 공급사로 한화시스템 대신 LIG D&A를 택했다. 2016년부터 줄곧 한화시스템의 전투 체계를 탑재해 왔으나, 오랜 파트너십을 끊고 LIG의 손을 잡은 것이다. 지난해 장보고-Ⅱ 잠수함 개량 사업에서는 HD현대·LIG D&A 연합이 잠수함 사업 강자인 한화오션·한화시스템을 꺾고 수주에 성공한 것도 맞불 작전의 성과라는 평가다.
◇현대차그룹 VS 한화 조짐도
현대차그룹 계열사이자 K2 전차가 주력인 현대로템도 몸집 키우기 및 사업 다각화로 한화에 맞서는 분위기다. 같은 그룹 내 현대위아의 화포 등 방산 사업 분야 인수를 추진 중이다. 현대위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표 무기 K9 자주포 포신을 제작하고 있어, 인수가 확정되면 미묘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현대로템은 또 LIG D&A와 손잡고 지난해부터 한국형 장거리 공대공 유도 무기 추진 기관(엔진)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작년 9월엔 대한항공과 연합해 한화에어로를 제치고 지상 기반 재사용 우주 발사체용 35t급 메탄 엔진 연구·개발 사업을 따내는 이변도 연출했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경쟁을 통해 기술력이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지만, 지나친 경쟁 속에서 국가적으로 힘을 합해 해외 수주를 따내야 하는 대의를 그르칠까 걱정되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국민일보
“22조 수출로 46조 효과”… K방산 급성장 ‘전쟁의 역설’
입력 2026-04-22 00:30
‘전쟁 특수’ 제조업 넘는 파급력
10.1만명에게 일자리 공급 효과
지난해 K방산 기업의 수출 수주액이 150억 달러(약 22조원)를 돌파하며 한국 경제에 46조원 이상의 생산유발효과를 창출했다. 10만명이 넘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며 고용 유발 효과 또한 제조업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K방산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경제적 파급 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책연구기관 산업연구원(KIET)은 21일 발간한 ‘파급효과로 살펴본 방산수출의 경제적·산업적 의의’ 보고서에서 “지난해 방산 수출 수주의 생산유발효과는 약 46조4000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는 약 13조7000억원, 고용유발효과는 약 10만1000명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KIET가 한국은행 산업연관표를 활용해 추산한 결과에 따르면 방산 수출의 생산유발계수는 2.085로, 제조업 평균(2.066)을 웃돌았다. 부가가치유발계수도 0.616로 제조업 평균(0.615)을 앞질렀다. 심순형 KIET 연구위원은 “기동·화력 등 주력 K방산 수출 품목의 높은 국산화율과 강한 전·후방 연관 효과를 고려하면 실제 산업연관 효과는 이보다 더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K방산 수출은 수출액 10억원당 약 4.5명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졌다. 심 연구위원은 “방위산업은 연구직 비중이 25%, 정규직 비중이 92%로 일반 제조업(정규직 82.7%) 대비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유리한 구조”라며 “방산 수출의 고용 비중은 약 3.3% 수준으로 일자리 창출 효과가 높은 편”이라고 진단했다.
KIET는 최근 K방산 수출이 대형화·다변화 양상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방산 수출 수주액은 총 154억4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62.5% 늘며 2년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수출 대상국도 2024년 14개국에서 지난해 17개국으로 늘었고, 수출 품목도 21개 사업에서 28개로 확대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현대로템,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 등 주요 K방산 기업 4개사의 수주 잔액 합계는 100조원을 넘어섰다. 최근 중동 전쟁을 계기로 국내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천궁-Ⅱ’ 등에 대한 공급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폴란드 등 방산 구매국이 현지 생산과 기술이전 등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점은 변수다. 심 연구위원은 “방산 대기업의 현지 조달이 확대될 경우 국내 방산 중소기업의 참여가 줄며 경제적 파급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며 “고부가가치 품목 발굴과 수출 시장 다변화, 방산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 강화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세계일보
[단독] LIG D&A, 차세대 전차의 ‘눈’ 만든다
K3 전차 탑재 조준경 등 수주
전통의 강자 한화시스템 제쳐
무인 무기체계 적극 공략 발판
입력 2026-04-21 06:00:00, 수정 2026-04-20 23:59:09
LIG D&A가 4세대 K3 전차에 탑재되는 사격통제장치의 핵심 부품인 조준경과 전장 가시화 체계 제작을 맡는다. 일반적으로 한국 K계열 전차(K1A1, K2)의 사격통제장치 부품은 한화시스템이 오랜 기간 공급해왔다. 그동안의 노하우 때문에 4세대 사업에서도 한화시스템이 입찰에 성공할 것이라 예측됐지만, 예상을 뒤집고 LIG D&A가 사업자로 선정됐다.
20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LIG D&A는 K3 전차에 들어가는 ‘유무인 복합 조준경’, ‘전장 가시화체계’ 입찰 수주에 성공했다. NG-MBT(Next Generation Main Battle Tank)란 프로젝트명으로 불리는 K3 전차는 현대로템 주도로 개발 중인 차세대 전차다. 현재 연구개발 단계에 있다. 2030년 시제품을 만들고 2040년 실전배치하는 게 목표다.
LIG D&A가 수주한 두 장비는 K3 전차의 ‘눈’ 역할을 한다. 기존 전차는 차체 위에 솟아오른 포탑에 전차장과 포수가 앉아 바깥 상황을 관찰한다. 반면, 승무원 수를 줄이고 인공지능(AI) 시스템을 대거 도입한 K3 전차에는 포탑에 사람이 없다. 원격으로 조종하는 AI 사격통제장치를 단 무인포탑이 적용됐다. 승무원 대신 무인 포탑에 설치된 유무인 복합조준경과 전장 가시화 체계가 바깥 상황을 파악해 승무원에게 전달한다.
방산업계에서는 이번 수주를 두고 이변이 일어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본래 조준경을 포함한 전차 사격통제장치는 한화시스템이 전통의 강자였다. 현재 국군 주력인 K1A1 전차부터, 세계 시장에서 호평받는 K2전차 모두 한화시스템이 만든 사격통제장치가 탑재됐다. 이번 사업에서도 한화시스템이 우세를 점치는 이가 많았다. 한화시스템 내부 직원 사이에선 ‘우위 사업’이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사실상 후발 주자인 LIG D&A가 역전하며 상황을 바꿨다. LIG D&A로선 향후 확대될 무인 무기체계 시장도 적극 공략할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이란 전쟁을 거치면서 무인 무기들이 주목받고 있다. 군 당국도 이런 흐름과 병력 자원 감소 등을 감안해 무인 전투체계 비중을 늘릴 예정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수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무인체계 개발 경쟁에서, 유무인 복합체계를 개발하며 확보한 기술과 자료는 LIG D&A의 핵심 역량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