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백 국방부장관이 21일 방첩사에서 실시된 군 정보·수사기관 업무보고에서 방첩사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 국방부 제공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21일 국군방첩사령부·정보사령부·국방부조사본부 등 군 정보·수사기관 3곳에 대해 “환골탈태(換骨奪胎)의 마음가짐으로 낡은 체질을 과감히 개선하고,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다시 세워 나가자”고 강조했다.
안 장관은 이날 방첩사에서 열린 군 정보·수사기관 3곳의 업무보고에서 “후목불가조(朽木不可雕), 많은 국민께서 이제 썩은 나무로는 조각하고 집을 지을 수 없다고 말씀하신다”며 “방첩사를 비롯한 군 정보·수사기관에 주어진 과제는 조직 존립과 신뢰를 다시 세우는 근본적인 개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안 장관은 먼저 방첩사에 “보안사로부터 기무사, 안보지원사, 방첩사에 이르기까지 국군 역사상 이처럼 이름이 여러 차례 바뀐 조직은 전무하다”며 “국민의 냉혹한 시선을 직시하고 뼈를 깎는 성찰로 과거와 완전히 단절하라”고 강력히 지시했다.
정보사에는 “그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임무를 수행해 왔으나 최근엔 조직의 존립마저 흔들릴 만큼 가장 뼈아픈 시기였다”며 “본립도생(本立道生)의 마음가짐으로 본연의 임무에 전념하는 가운데 다시는 정보 역량이 남용되거나 정치적 도구로 전락하는 일이 없도록 개혁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사본부엔 “불법계엄의 진상을 투명하고 엄정하게 규명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조사본부에 부여된 역사적 사명”이라며 “방첩수사 기능 이관 이후 제기되는 권한 집중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더욱 높은 윤리 기준과 전문성으로 국민 앞에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안 장관은 특히 박정훈(해병준장·진) 조사본부장(대리)에게 “북 침투 무인기 관련 조사 및 수사를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철저히 수행하라”고 지시했다.
안 장관은 업무보고를 마무리하면서 “북두칠성을 바라보며 동서남북을 판단하듯이 우리 군의 정보·수사기관도 군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올바르게 제시할 수 있는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업무보고는 문민 국방부 장관이 문민통제 관점에서 군 정보·수사기관 업무 전반을 직접 점검한 첫 사례다.
국방부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12·3 불법 비상계엄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됐던 방첩사·정보사·조사본부를 근본적으로 쇄신하고, 민주적·제도적 통제가 가능한 체계로 전환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김해령 기자
(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국내 방산업체들이 앞다퉈 중동 시장 공략에 나선다. 중동은 지정학적 긴장과 군 현대화 수요가 동시에 확대되는 지역이지만 미국·유럽 중심의 무기 공급이 지연되면서 대안 공급처로서 한국 방산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다. 특히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2020~2024년 세계 10대 무기 수입국에 오른 글로벌 방산 시장의 '큰 손'으로 꼽힌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LIG넥스원(079550)은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열리는 중동 지역 최대 해양 방산 전시회 'DIMDEX 2026'에서 현지 맞춤형 방공·유도무기 설루션을 선보이고 있다. 중거리·중고도 요격체계 '천궁-Ⅱ'와 장거리·고고도 요격이 가능한 'L-SAM', 휴대용 대공 방어무기 '신궁' 등을 통해 저고도부터 고고도를 아우르는 다층 방어 통합 설루션 'K-대공망'을 전면에 내세웠다.
또한 22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무인·자율 시스템 전시회 'UMEX 2026'에도 참가해 무인수상정의 콘셉트 모델 '해검-X'를 비롯, 해검-Ⅱ와 소형 정찰·타격 복합형 드론 등 현지 환경에 최적화된 로봇·무인 시스템을 소개한다.
중동 지역 거점 확장 이후 현지 환경과 작전 개념을 반영한 밀착형 수주 마케팅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LIG넥스원뿐만 아니다. 중동 방산 수주전은 다음 달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리는 중동 지역 최대 규모 방산 전시회 '월드 디펜스 쇼(WDS) 2026'을 기점으로 더욱 달아오를 전망이다. WDS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 중인 국방산업 자립화 전략의 핵심 행사로, 단순 무기 구매를 넘어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을 포함한 협력 모델이 주요 화두로 꼽힌다.
2024년 2월 4~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WDS 2024' 한화 부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뉴스1 DB
이번 전시회에는 국내 주요 방산기업들이 총출동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한화시스템(272210)·한화오션(042660)은 통합 부스를 꾸려 K9 자주포, 레드백 장갑차, 잠수함, 지휘통제시스템 등 지상과 해상을 아우르는 전시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로템(064350)은 K2 전차와 다목적무인차량을 앞세우고, 현대위아는 105㎜ 경자주포와 이동식 81㎜ 박격포 등을 선보일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047810)은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과 수리온 헬기 등의 중동 진출 확대를 노린다. 사우디와 해군 호위 건조 사업을 추진 중인 HD현대중공업도 호위함 등 해상 전력 장비를 중심으로 단독 부스를 운영할 예정이다.
증권가에서도 중동 방산 시장을 K-방산의 중장기 성장 축으로 평가하고 있다. 백종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폐쇄적인 방산 기조에도 한국 무기 체계에 관한 수요 증가가 확인되고 있다"며 "2026년에는 기존 수출 지역 외에도 미국, 서유럽, 중남미, 아프리카 등 신규 지역 내 대형 사업의 수주 가시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파악된 사업 규모만 100조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사우디 국가방위부(MNG) 관련 사업 세부 계획이 WDS를 계기로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장특공제 정조준…"투기용 부동산 세금 혜택 이상"
"선거 앞두고 세제개편 어려워…중장기적 논의 전망"
지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 (자료사진) / 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제도의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지적하면서, 부동산 세제 전반에 대한 구조적 재검토 필요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장특공제는 장기 보유를 '실수요'로 간주해 양도소득세를 감면해 주는 제도지만, 시장에서는 오히려 매물 잠김과 ‘똘똘한 한 채’ 선호를 강화해 왔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2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자기가 살지도 않으면서 투기용 또는 투자용으로 오랫동안 가지고 있다고 왜 세금을 깎아주느냐"며 "바람직하지 않은 투기용 부동산을 오래 보유했다는 이유로 세제 혜택을 주는 건 이상하다"고 말했다. 장기 보유 자체를 세제 혜택의 기준으로 삼아온 현 제도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 발언이다.
보유 기간이 '실수요' 기준?…매물 잠그는 장특공제 구조
장특공제는 부동산을 일정 기간 이상 보유할 경우 양도차익의 일부를 공제해 주는 제도다. 현행 제도상 1가구 1주택자는 보유·거주 기간에 따라 최대 80%까지 공제를 받을 수 있다. 반면 2주택 이상 다주택자나 일반 부동산의 경우에도 10년 이상 보유하면 20%, 최대 30%의 공제율이 적용된다. 보유 기간 요건만 충족하면 다주택자에게도 일정 수준의 혜택이 주어지는 구조다.
이 같은 제도는 다주택자의 매도를 유도하기보다는 보유를 장려하는 방향으로 작용해 왔다는 평가가 많다. 핵심 입지의 고가 주택 한 채를 장기간 보유하는 전략이 세제 측면에서 유리해지면서,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선호와 주택 시장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지적이다. 특히 장특공제에 고령자 세액공제까지 더해질 경우 세금 부담이 크게 줄어, 매도 시점을 10년 이상 미루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장특공제를 단순한 '실수요 보호 장치'로 보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유 기간만을 기준으로 동일한 혜택을 부여하기보다, 주택 가격이나 보유 목적에 따라 공제 적용을 차등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제도의 단계적 축소 또는 폐지 필요성까지 거론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장특공제는 거래 순환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며 "고령자 공제까지 맞물리면 매도가 사실상 10년 이상 지연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그는 "단번에 폐지하기는 어렵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제도 손질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단기 개편은 부담"…다주택자 배제부터 손질 가능성
다만 장특공제는 민감한 세제 사안인 만큼 단기간 내 전면 개편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치적 부담이 큰 데다, 지방선거 등 향후 정치 일정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선적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장특공제 적용을 배제하는 방식의 단계적 조정이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현재 정부는 5월 9일까지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를 유예하고 있다. 해당 조치가 연장되지 않을 경우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20%포인트, 3주택자는 30%포인트가 가산되며, 이 경우 다주택자는 장특공제 혜택도 적용받지 못한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미 IAU 교수)은 "당장 장특공제 제도를 손대기보다는, 양도세 중과 유예를 종료하는 방식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사실상 차단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송 대표 역시 "장특공제 개편 논의는 최소한 지방선거 이후 중장기 과제로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wns8308@news1.kr
노컷뉴스
[단독]軍 '드론 공방전' 추진…업계와 합작해 기술·교리 개발
2026-01-22 05:00
CBS노컷뉴스 홍제표 기자
올 하반기 첫 개최 목표로 새만금 등 후보지 물색…산업기술 경쟁 촉진
관계자 "실전적 모의전투를 통해 국방 전술교리 발전의 기회도 될 것"
러·우전쟁 통해 드론 유용성 확인…가성비 높고 활용도 많아
작년 서울ADEX 토론회서 아이디어…국방부는 '50만 드론전사' 양병
연합뉴스
국방부가 현대전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드론 전력을 강화하고 기술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가칭 '드론‧대(對) 드론 공방전'을 연내 개최할 계획이다.
21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국방부는 올해 하반기에 민간업체들이 참여해 일종의 드론 모의전투를 벌이며 성능과 기량을 겨루는 경연대회를 열기로 했다.
예선은 6~7월, 본선은 8~10월에 개최하고 장소는 새만금 등 후보지를 물색 중이다. 국방부는 여유 공간이 충분한 곳에서 실전에 가까운 모의전투를 마음껏 치르게 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전투 기본 시나리오를 제공하고 실전적인 게임의 룰을 세움으로써 산업적‧군사적 효과를 증대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국방부 관계자는 "업체 간 경쟁을 통한 기술과 산업 발전은 물론, 실제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다양한 상황 노출을 통해 전술교리 개발의 기회도 될 것"이라 기대했다.
드론 모의전투는 국내 최초로 추진되는 것이며 세계적으로도 거의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드론 쇼 코리아'(부산) 등 기술 경쟁 등에 국한된 행사는 국내외에 많지만 모의전투 형식은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드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계기로 군사무기로서 위력이 입증되면서 주요국 간의 기술 및 교리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방호력이 뛰어난 전차도 값싼 드론 1대에 파괴되는 등 가성비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정찰‧감시‧자폭공격‧전자전‧심리전에 이르기까지 활용도가 높다.
국방부는 안규백 장관 지시에 따라 '50만 드론전사' 양성을 위해 올해 예산을 330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이는 전 장병이 드론을 소총처럼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게 함으로써 현대전이 요구하는 전력을 강화하고 전역 후에도 취업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다.
드론 모의전투는 지난해 10월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방산토론회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바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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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화웨이 등 퇴출 법안 공개…中 "근거가 뭐냐" 반발
2026-01-21 21:30
베이징=CBS노컷뉴스 정영철 특파원
EU, 中 겨냥한 새 사어버보안법 패키지 공개
이동통신망서 화웨이 등 장비 배제 의무화
中 "계속 잘못된 길로 가면 필요한 조치할것"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ZTE를 이동통신망에서 퇴출시키는 방안을 추진하자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EU 집행위원회가 전날 새 사이버보안법(Cybersecurity act) 패키지를 공개했다고 전했다.
이동통신망에서 고위험 공급업체의 장비 사용 중단을 골자로 한 '5G 사이버보안 툴박스(tool box)'를 법제화하는 내용이다. 새 법안 패키지는 고위험 공급업체로 화웨이, ZTE 등을 목록에 올리면서 사실상 중국을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시아버보안 툴박스는 애초 자율적으로 지키도록 한 지침이었지만 이번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고 어길 경우 재정적 제재도 가할 수 있도록 했다.
EU는 이를 통해 중국 통신장비업체를 통한 정보 수집을 차단하고 디지털 주권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새 법안 패키지가 정식 채택되면 EU 27개 회원국들은 고위험군 공급업체로 지목된 화웨이, ZTE 등에 대해 단계적으로 강제로 철거해야 한다. 특히 통신사업자들은 고위험 공급업체 목록이 공개된 이후 36개월 이내에 해당 업체 장비의 핵심 구성 요소를 교체하도록 했다.
새 사이버보안법 패키지는 5G 통신망 외에도 태양광 에너지 시스템, 전력 인프라, 보안 스캐너, 클라우드, 드론 등에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분야에 대해서도 중국산 제품을 규제하고 있다.
EU시장에서 퇴출 대상이 된 장비들은 중국이 집중육성하려는 산업과 상당부분 겹치면서 양측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 기간에 인공지능(AI), 로보틱스, 전기차, 디지털화 등 첨단 기술 산업을 성장시키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엄중한 우려를 표한다"면서 "중국 기업은 장기간 유럽에서 합법적으로 경영해왔고, 유럽의 통신·디지털 산업 발전을 촉진해왔으며, 유럽에 양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왔다"고 말했다.
궈 대변인은 "어떤 사실과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기업의 시장 참여를 금지하는 것은 시장 원칙과 공평 경쟁 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EU가 보호주의의 잘못된 길로 계속 간다면 중국은 필요한 조치를 취해 중국 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단호히 수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화웨이 측도 "국적을 기준으로 특정 비EU 공급업체를 배제하는 입법 제안은 EU의 기본법 원칙인 공정성, 비차별성, 비례성에 위배된다"며 "향후 입법 절차에 따라 법적, 제도적 대응을 포함해 모든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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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시론] 방산기술 유출 막을 빗장, ‘간첩법’ 속히 개정을
중앙일보
입력 2026-01-22 00:24:00
박종승 KAIST 안보융합원 교수·전 국방과학연구소 소장
삼성의 반도체 핵심 기술을 중국으로 유출한 전직 직원들이 무더기 구속기소된 소식은 충격적이다. 대한민국 산업기술 보호의 취약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줘서다. 수십년간 막대한 투자와 인재 양성을 통해 축적해온 첨단 기술이 기술 보호 실패로 외부로 유출됐다. 엄청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니 미·중 기술패권 경쟁 시대에 기술 유출 리스크에 경종을 울린 셈이다.
반도체 기술 유출 시 엄청난 피해
방산 기술 유출되면 안보에 직결
국가자산 지켜줄 안전장치 필요
김지윤 기자
반도체는 민간 산업이지만 그 파급력은 국가안보 영역에까지 닿아 있다. 반도체 기술 유출 관련 문제는 방위산업에도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 천궁·천무, K2전차, K9 자주포, FA-50 전투기 등 주요 국산 무기체계를 통해 K-방산의 국제적 위상과 방산기술의 전략적 가치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방산 수출 확대 과정에서 국가안보와 직결된 방산기술 유출 위험이 생길 수 있다. 최근 방산 수출은 단순한 완제품 판매를 넘어 기술 이전, 현지 생산, 공동 개발로 확대되고 있어서 핵심 기술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무기체계에는 설계기술과 소프트웨어, 전술 개념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다. 일부 기술 유출만으로도 모방 무기 개발이나 대응 능력 고도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산업적 손실을 넘어 장병의 생명과 직결된다. 반도체 기술 유출이 산업적 손실이라면, 방산기술 유출은 국가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기술 보호에 대한 인식과 제도는 방위산업의 성장 속도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수출 확대 과정에서 늘어난 협력업체, 해외공동개발 증가, 전문 인력의 이동은 새로운 보안 취약 문제를 수반할 수 있다. 반도체 산업에서 이미 기술 유출의 위험성이 확인된 상황에서 방산 분야마저 같은 전철을 밟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최근 글로벌 방산 시장은 단순히 성능 경쟁을 넘어 정보 전쟁터가 됐다. 미국은 이미 1996년부터 ‘경제 스파이법’을 제정해 전략기술 유출을 국가안보 침해로 엄단하고 있다. F-35 전투기 설계도 탈취 시도도 단순 절도가 아닌 국가 존망을 위협하는 행위로 간주했다.
러시아는 극초음속미사일 기술 유출을 시도한 과학자들을 반역죄로 처벌했다. 일본과 영국은 경제안보 관련 법안을 정비해 자국의 첨단 기술이 제3국으로 흘러 들어가는 통로를 원천봉쇄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스파이 행위의 대상을 단순히 ‘적국’에 한정하지 않고 ‘국익을 해치는 모든 외국 및 외국 대리인’으로 폭넓게 규정한다는 것이다.
반면 대한민국의 현주소는 어떤가. 형법 제98조에서 간첩죄 적용 대상을 오직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로 제한하고 있다. 법이 이렇다 보니 심지어 우방국으로 위장한 국가나 다국적 기업에 한국 무기 체계의 핵심 설계도를 팔아넘겨도 현행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기형적인 구조다. 산업기술보호법은 처벌 수위가 더 낮을 뿐 아니라 국가안보 차원의 엄중함을 담아내기에 역부족이다.
필자가 현장에서 무기 개발을 총괄했던 경험에 비춰 보면 방산 기술은 한번 유출되면 되돌릴 수 없는 자산이다. 해외로 흘러나가는 순간 우리 군이 축적해 온 전략적 우위는 상실되고, 방산 수출 경쟁력도 타격을 받는다.
지금처럼 처벌이 약하면 경쟁국 정보기관 및 산업 스파이들에게 “한국은 적국만 아니라면 기술을 훔쳐도 가벼운 처벌로 끝나는 나라”로 인식될 우려가 있다. K방산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법적 패러다임의 전환이 시급하다. 적국이냐 아니냐는 낡은 틀에서 벗어나 국익과 안보라는 보편적 가치를 보호의 중심에 둬야 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이미 통과했지만, 아직도 본회의에 머물러 있는 형법 개정안이 조속히 처리돼야 하는 이유는 이처럼 명확하다. 그것은 단순히 범죄자를 처벌하기 위함이 아니라 한국 방산 기업들이 안심하고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국민 혈세로 일군 국가 자산을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이기 때문이다.
첨단 무기체계가 물리적 위협을 막는 방패라면 촘촘한 법과 제도는 보이지 않는 기술 유출을 차단하는 또 하나의 방어선이다. 우리를 지키기 위해 만든 창과 방패가 우리를 겨누는 부메랑이 되지 않도록 기술 보호라는 견고한 빗장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종승 KAIST 안보융합원 교수·전 국방과학연구소 소장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9339
아시아경제
加잠수함사업 정부 SOS에…현대차·대한항공 후방지원 나서나
최대 60조원 규모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 수주전이 절충교역 경쟁으로 번진 가운데 우리 정부가 재계에 'SOS'를 치면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해 10월 경남 거제 한화오션 거제조선소에서 조립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업계에 따르면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이끄는 방산 특사단은 CPSP 사업 주체인 한화오션·HD현대를 비롯해 현대자동차그룹과 대한항공 등에 수주전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 특사단은 CPSP 수주 지원을 위해 다음 주 캐나다 방문을 준비하고 있다.
CPSP는 디젤 잠수함 최대 12척을 건조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최대 20조원의 잠수함 건조 비용과 도입 후 30년간 유지·보수·운영(MRO) 비용까지 포함하면 사업 규모는 최대 60조원에 달한다. 현재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원팀 컨소시엄이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과 숏리스트(적격후보)에 올라 오는 6월 발표를 앞두고 최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캐나다는 숏리스트에 오른 한국과 독일에 캐나다 해안에 잠수함 유지보수를 위한 인프라를 조성해줄 것을 공통으로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한국에는 현대차의 현지 공장 설립을, 독일에는 폭스바겐 추가 시설을 입찰 조건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캐나다가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완성차 공장 설립은 신중하게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이미 미국과 멕시코를 중심으로 북미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한 만큼 캐나다에 완성차 생산공장을 새로 짓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1989년 캐나다 부르몽에 연산 10만대 규모 생산공장을 세웠지만 4년 만에 공장을 철수하기도 했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로보틱스와 수소, 도심항공모빌리티(AAM), 방산 같은 다양한 산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어서 완성차 외 분야에서 투자나 협력을 제시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캐나다 군용기 부문에서 협력하고 있는 대한항공도 절충교역 제안과 관련된 당사자로 꼽힌다. 대한항공과 LIG넥스원 컨소시엄은 방위사업청이 발주한 전자전기(4대)와 항공통제기(4대)를 모두 수주했고, 기본 플랫폼으로 캐나다 봄바디어사 비즈니스 제트기(글로벌 6500)을 사용할 예정이다. 구매 예상 대수는 총 8대로 이와 관련 군용기 추가 구매 가능성이 거론된다.
또 대한항공은 군용기 정비, 민항기 구조물 제작, 무인기 개발 같은 방산 부분에서 기술력과 노하우를 갖췄다. 캐나다 정부는 대한항공이 보유한 공중 감시·지휘통제 체계 구축·운용 경험을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시무식서 '글로벌·기술 초격차' 선언
사명 변경 추진… 포트폴리오 재정립
수출·R&D 투트랙 성장 본격 추진
신익현 LIG넥스원 사장은 올해를 '글로벌·기술 초격차'의 원년으로 규정했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는 LIG넥스원이 수출과 기술 경쟁력을 양 축으로 한 성장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 중심에 신 사장이 서있다. 그는 글로벌 기반 구축과 R&D 속도 혁신, 조직 소통 강화를 핵심 경영 기조로 제시했다. 방산을 넘어 항공·우주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 다음 50년을 준비하는 체질 전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사명 변경 추진… '방산에서 항공·우주' 정체성 재정립
21일 LIG넥스원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사명을 'LIG 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LIG D&A)'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방산 중심 이미지에서 벗어나 항공·우주 사업까지 포괄하는 기업 정체성을 명확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신 사장은 지난 5일 시무식에서 "50주년은 다음 100년을 준비하는 출발점"이라며 사명 변경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번 사명 변경을 중장기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글로벌 시장 대응 전략을 분명히 드러내는 신호로 보고 있다. 국내 방산 수요 의존도를 낮추고 수출과 미래 기술을 성장 축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매출의 질 바꾼 '수출 확대'… 개발사업 의존도↓
신익현 사장이 강조한 '글로벌 기반 구축'은 매출 구조 변화로 가시화되고 있다. 국내 개발사업 비중을 점진적으로 낮추는 대신, 완제품 수출과 후속 지원 사업을 중심으로 해외 매출 비중을 확대해 왔다.
실제로 수출 비중은 2024년 매출 기준 약 23.6%, 2025년 1~3분기 기준 약 16.8%를 기록했다. 수출 계약은 개발사업 대비 원가 구조가 안정적이고, 영업이익률이 높은 구조를 갖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매출 '질' 개선 효과가 크다는 평가다.
특히 UAE·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 등 중동 주요국을 중심으로 '천궁-II' 방공 체계 수출 실적이 누적되며, 후속 물량과 유지보수(MRO)를 포함한 장기 사업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R&D 속도 혁신… 항공·우주까지 사업 확장
글로벌 수출 확대와 함께 R&D 속도 혁신을 통한 기술 경쟁력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미사일·레이더 중심 기술을 기반으로 항공·우주 영역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며 미래 전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군 위성통신체계-Ⅱ, 초소형위성체계, 감시정찰(ISR), 무인기(UAV) 및 AI 기반 무인화 솔루션 등이 대표적이다. 미사일 유도·탐색 기술과 레이더, 통합 체계 설계 역량을 우주·항공 분야로 확장 적용하며 '체계 종합 기업'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LIG넥스원은 지난해 방위사업청으로부터 '한국형 전자전기' 체계개발 사업을 수주했다. 전자전 장비 개발과 임무시스템 통합, 전체 체계 설계 역량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또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다 반도체 및 SAR(합성개구레이다) 반도체 등도 개발하고 있다.
◇조직 소통 강화… 글로벌 확장 위한 내부 정비
조직 소통 강화 역시 올해 핵심 과제다. 해외 사업 비중이 확대되고 다국적 프로젝트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내부 의사결정 속도와 협업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LIG넥스원은 연구·사업 조직 간 협업을 강화하고 글로벌 사업 대응을 위한 내부 프로세스 정비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내부 체질 개선이 수출 확대 전략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다수 관계자는 "LIG넥스원은 신익현 사장 체제에서 수출 확대와 기술 고도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며 "사명 변경을 계기로 방산을 넘어 항공·우주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