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은 8000개의 위성으로 전 세계를 덮었고, 중국은 우주에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습니다. 한국이 지금 로켓 발사 횟수로 경쟁하려 든다면 승산이 없습니다. 하지만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조성익 텔레픽스 대표)
‘소버린(Sovereign·주권) AI’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전장이 지상을 넘어 우주로 확장되고 있다. 인공지능(AI) 활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이를 뒷받침할 끊김 없는 통신과 데이터센터 중요성도 함께 커졌다. 지상 인프라는 전쟁이나 날씨, 지진 같은 각종 재난에 취약하다 보니, 주요국들은 물리적 타격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AI 우주 인프라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국가 AI 모델을 고도화하기 위한 필수 자원인 기후·농업·해양·국방 등 광역 데이터 역시 대부분 위성에서만 확보 가능하다는 점도 우주 경쟁을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우주 경제 시장은 매년 9%씩 성장해 2035년에는 1조8000억달러(약 2641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우주 산업이 AI, 자율 주행 등 첨단 산업과 융합하며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 美·中·EU, 다른 우주 전략
글로벌 패권국들은 이미 우주를 차세대 AI 인프라로 낙점하고 국가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미국은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 등 민간 기업을 필두로 우주 인프라와 AI, 국방 시스템을 통합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재사용 로켓 기술을 앞세워 8000기 이상의 위성을 쏘아 올리며 ‘스타링크’ 저궤도(LEO) 위성망을 완성했다. 지구와 가까운 낮은 궤도를 도는 저궤도 위성망은 위성들을 거미줄처럼 연결해 통신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인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AI 가동의 주요 기술 중 하나인 ‘초저지연(Low Latency)’을 실현할 수 있다. 스타링크를 통해 미국만의 독자적인 통신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블루오리진 역시 미 항공우주국(NASA) 및 국방부와 협력해 우주 운송과 탐사 임무를 수행하며 민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통신을 넘어 ‘연산’에 집중하고 있다. 우주에서 직접 AI 연산을 수행하는 ‘삼체 컴퓨팅 위성군’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이는 지상 데이터센터가 파괴되더라도 우주에 건설된 AI 데이터센터를 통해 국가 시스템을 정상 가동하고, 미국의 반도체 제재를 우회해 독자적인 컴퓨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폐쇄형 AI 인프라’ 전략이다.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클라우드와 GPU 의존도를 낮추고 지상 데이터센터 일부를 우주로 대체한다는 구상이다.
EU(유럽연합)는 코페르니쿠스 프로그램을 통해 기후·환경 데이터를 AI와 결합, 공공 중심의 우주 데이터 활용을 고도화하고 있다. 또한 공공 위성 인프라를 기반으로 ‘유럽판 스타링크’로 불리는 ‘아이리스 스퀘어(IRIS²)’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 韓 ‘뉴스페이스’로
한국은 아직 국가 주도의 ‘올드 스페이스’ 성격이 짙지만, 최근 민간이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생태계가 조성 중이다. 누리호 4차 발사는 국내 우주 산업이 민간 주도로 전환되는 중요한 분기점으로 평가받는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아닌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최초로 제작 총괄을 맡으며 민간 참여 비율이 역대 최대였다.
전문가들은 민관 협력의 고도화를 주문한다.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우주공공팀장은 최근 열린 ‘우주항공산업 발전포럼’에서 “현재 방식으로는 우주 시장의 10%도 차지하기 어렵다”며 “민간, 군, 해외와 협력을 강화해 K-방산의 성공 공식을 우주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종진 LIG넥스원 부사장 역시 초소형 위성 산업화의 핵심 과제로 복수 기업 참여 구조를 꼽았다. 최 부사장은 “우주 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자본시장과 결합이 필수적”이라며 “정지궤도 위성은 높은 신뢰성 중심의 올드 스페이스 방식으로, 초소형 위성은 사업성과 속도를 중시하는 뉴스페이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주항공청에 따르면 작년 기준 조사에 참여한 국내 우주 산업 관련 기업은 117곳으로 2015년(94곳) 대비 증가했다. 그러나 주력 사업을 살펴보면 위성체 발사(32곳), 발사체 제작(29곳), 지상 장비(30곳) 등 제조 중심에 치우쳐 있다. 위성 활용 기업도 21곳 가량으로 서비스와 데이터 분석 기업들이 주를 이룬다. 다만 과학연구(2곳)나 우주탐사(4곳) 등을 주력으로 참여하는 기업은 적은 상황이다.
◇HW+SW 통합해야
업계에서는 한국형 우주 산업의 승부처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통합을 꼽는다. 미·중과 물량 공세로 경쟁하는 대신, 위성을 직접 제조·운영하면서 AI 기반 분석 소프트웨어까지 개발하는 ‘통합 밸류체인’을 구축해야 실질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차량(HW), AI 모델, OS(SW)를 모두 통합해 자율주행 시장을 선도한 일명 테슬라 모델이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통합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쎄트렉아이는 한화시스템의 투자를 바탕으로 위성 제조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자회사 에스아이에이(SIA)를 통해 위성용 AI 소프트웨어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텔레픽스는 위성 제조와 AI 분석 기술을 결합해 차별화에 나섰다. 지난 11월에는 국내 최초로 궤도상 위성 소프트웨어 무선 업데이트(OTA)에 성공했다. 위성을 한 번 쏘아 올리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처럼 지속적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기능을 개선할 수 있게 만든 핵심 기술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미국의 플래닛랩스, 핀란드의 아이스아이 등이 위성 제조와 데이터 분석을 통합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기술 동맹도 활발하다. 최근 노르웨이 방산 기업 콩스버그(Kongsberg)와 독일 AI 기업 헬싱(Helsing)은 2029년까지 독자적인 유럽형 정보·감시(IST) 위성군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콩스버그의 위성 하드웨어에 헬싱의 AI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지상 통신 없이도 우주에서 즉시 데이터를 분석하는 ‘우주 엣지(Edge)’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매일일보
[기획]KF-21 실전 배치·UAM 시범 노선…'K-하늘길' 열린다
- 정경화 기자
- 승인 2026.01.05 15:17
KF-21 양산 1호기 3월 출고·9월 인도 예정
UAM 상용화 세부 운영·안전관리 계획 구체화
매일일보 = 정경화 기자 | 올해 ‘K-하늘길’이 활짝 열릴 전망이다. KF-21 한국형 전투기 양산 1호기의 출고 및 인도를 비롯해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주요 노선 구체화 등 민간과 국방 모두에서 항공 분야의 굵직한 성과들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우선 KF-21은 시제 1호기 출고 이후 약 5년 만에 오는 3월 양산 1호기가 출고된다. 오는 9월 공군에 인도될 예정이며, 이달 중 기체 조립 완료를 목표로 막바지 공정이 한창이다.
이는 당초 일정에 비해 6개월 이상 앞당겨진 것이다. 그간 엔진 탑재 지연으로 출하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으나 공급망 문제가 해결되면서 차질 없이 일정이 진행되고 있다.
KF-21은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주도해 개발한 4.5세대 국산 전투기다. 초도 양산분 20대는 2027년 8월까지, 잔여 물량 20대는 2028년까지 군에 인도된다. F-4 퇴역에 이어 수년 내 F-5도 퇴역할 예정인 가운데 공군의 장기 운용 전투기를 대체할 전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직 양산 1호기 출고가 되지 않았음에도 업계에서는 수출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KF-21은 프랑스 라팔, 유럽연합(EU) 유로파이터 타이푼보다 신규 기체지만 대당 1500억원이 넘는 경쟁 기종에 비해 1000억원대로 저렴하다.
이러한 가운데 아랍에미리트(UAE)에서 KF-21 도입과 성능 개량, 현지 생산 등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UAE는 지난해 4월 방한 당시 KF-21 포괄적 협력에 관한 의향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KF-21 공동 개발국인 인도네시아에도 수출 가능성이 있다. 수출 신용 제도 마련 시 인도네시아는 재정 부담 없이 KF-21을 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 부문에서는 UAM의 주요 노선과 운영체계 구체화 여부에 대해 업계 이목이 쏠린다. 당초 올해는 시범사업을 통한 초기 상용화가 예고돼 있었으나 국토교통부가 미국, 중국 등에서 추진 중인 기체 개발이 인증에서 정체되고 있는 점을 반영해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상용화 목표 시점을 2028년으로 조정하면서 소폭 조정됐다.
변경된 사업 전략에 따르면 오는 2030년 광역노선체계 구축, 2035년 네트워크 완성 목표는 종전대로 유지된다. 이에 따라 올해 주요 노선과 운영체계 구체화를 목표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올해 말 용역 결과를 토대로 세부 운영 계획과 안전관리 계획 발표가 예정됐다.
서울시는 주요 노선을 한강 중심으로 설계하고, 기체가 인증받는 즉시 한강 상공에서 시범 운항할 수 있도록 준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내년까지는 안전성과 소음에 관한 시민 수용성 조사와 영향 분석을 선제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여장권 서울시 교통실장은 “국가 상용화 목표 순연을 현실적으로 반영하되 한강 노선 기회를 극대화하고 수도권 협력으로 이행력까지 높인다면 ‘UAM 상용화’는 빠르게 현실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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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타임스
LIG넥스원, 창립 50주년 맞아 ‘LIG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로 사명변경
박한나 기자
LIG넥스원이 창립 50주년을 맞아 'LIG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LIG D&A)로 사명 변경을 추진한다.
LIG넥스원은 5일 판교하우스에서 시무식을 열고 "1976년 설립 이후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발전을 이끌어 온 지난 50년의 유산을 계승하고 미래를 향한 담대한 도전의 뜻을 모아 이 같이 사명 변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새 사명인 LIG D&A는 방산업체로서의 정체성(DNA)을 더욱 강조하고, '세계로 우주로 미래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나가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LIG넥스원은 향후 개최되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사명 변경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이날 시무식에서는 '올해의 넥스원인상' 시상도 함께 진행했다. 수상의 영예는 지난해 천리안 5호 위성 수주와 기술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 유경덕 단장(정지궤도위성개발단)에게 돌아갔다. 유 단장은 회사의 우주산업 역량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신익현 LIG넥스원 대표는 "지난해 우리는 축적된 기술과 탄탄한 팀워크를 기반으로 유도무기, 항공무장, 전자전, 무인화, 우주 분야 등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며 "올해는 글로벌 기반 구축과 연구개발 속도 혁신, 소통문화 정착으로 진정한 방산 리더로 한 단계 더 도약하는 해를 만들자"고 말했다.
박한나 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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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AI와 로봇이 산업을 바꾼다…도약의 깃발 올려라
입력2026.01.05 15:55 수정2026.01.05 15:55 지면B1
주요 기업 경영화두는 'AI 내재화'
규제 확 풀고 과감한 세제 혜택
대전환기 '성장의 판' 깔아줘야

‘대전환기’. 2026년을 맞이하면서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신년사에서 올해 경영환경을 이렇게 정의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현상, 지정학적 리스크, 인구 구조 변화, 내수 침체 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산업의 문법까지 바꾸고 있어서다. 산업계는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 등을 통해 ‘기업 기(氣) 살리기’에 나서지 않으면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이 빠르게 식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달 29일 매출 기준 상위 600대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 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95.4로, 2022년 4월 이후 46개월 연속 100을 밑돌았다. BSI가 기준치인 100보다 높으면 전월 대비 경기 전망이 긍정적이고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인 것을 의미한다. 46개월은 1975년 1월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장 기록이다. 제조업 세부 업종(10개)에서는 비금속 소재 및 제품(64.3), 금속 및 금속가공(85.2), 석유정제 및 화학(86.2), 전자 및 통신장비(88.9), 자동차 및 기타운송장비(94.1) 등 5개 업종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경협은 “건설과 철강 업황 악화로 관련 업종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며 “최근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전자·통신장비의 일시적 수요 둔화가 예상돼 전반적인 제조업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포스코, 한화, HD현대, GS 등 주요 대기업의 올해 경영 화두는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더 성장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톱기업으로 도약하거나 지위를 확고히 하는 게 목표다. 국내 주요 그룹은 일제히 AI 내재화를 들고나왔다.
삼성전자는 반도체(DS)는 뼈를 깎는 쇄신을 통해 기술 근원적 경쟁력을 회복하고, 스마트폰, 가전 사업을 주축으로 하는 디바이스 경험(DX) 부문은 하드웨어 혁신을 넘어 사용자 삶에 깊숙이 침투하는 ‘지능형 동반자’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파운드리 사업부도 2026년을 본격적인 도약기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SK그룹의 올해 키워드는 AI 중심 성장과 재무 체력 회복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AI라는 거대한 변화의 바람을 타고 도전에 나서자”고 강조했다. 그룹 전반의 투자·사업 포트폴리오가 AI 밸류체인(반도체-전력-인프라-서비스)으로 수렴하는 가운데 배터리·정유·건설 등 변동성이 큰 사업은 속도 조절과 구조 재편이 병행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신차 효과’를 앞세워 더 큰 도약을 준비한다. 미국 시장에서 지속되는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엔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으로 떠오른 인도에서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로 승부수를 띄워 점유율 확대를 노린다. 현대제철 등을 앞세워 미국에서 철강 사업을 안착시키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LG는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ABC(AI·바이오·클린테크)’ 사업에 속도를 낸다는 목표다. LG는 2024년부터 2028년까지 5년간 100조원 규모 국내 투자에 나선다고 밝혔는데, 이 중 약 50%인 50조원 이상을 미래 성장사업·신사업에 투입할 방침이다.
미국의 ‘마스가’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조선사를 보유한 한화와 HD현대는 미국에 생산거점 확대 등을 통해 조선업 르네상스를 노리고 있다. 특히 한화그룹의 성장 엔진(방위산업·조선·태양광)은 모두 미국과 동맹국 수요에 맞물려 있는 만큼 관세·규제·안보심사 등 변수를 지켜본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HD현대는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의 건설기계 회사들의 성공적인 통합을 올 한 해 과제로 삼았다.
석유화학 산업 재편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GS그룹은 AI를 통한 친환경 부문 신사업 발굴에 나서고, 중국의 철강 공습과 전기차 캐즘에 어려움을 겪는 포스코는 안전 투자를 강화하는 동시에 원가 개선과 판매 경쟁력 강화에 경영 방점을 두고 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