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POINT] 길 잃은 KDDX … 미봉책은 더 큰 불씨
[VIEW POINT] 길 잃은 KDDX … 미봉책은 더 큰 불씨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이 문자 그대로 표류하고 있다. 양대 조선 업체 사이에서 방향을 잃은 채 이리 치이고 저리 밀려나는 모양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차세대 구축함을 설계·건조하는 사업자로 선정되기 위해 소송전까지 불사하는 과열 경쟁을 벌이고 있고, 사업 주체인 방위사업청은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허송세월 중이다.
이미 아홉 달 가까이 지연된 KDDX 일정에 대해 방위사업청은 지난 25일 "조속한 시일 내에 두 업체와 상생협력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며 "설계 협력, 공동 개발 방안 등을 포함한 다양한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고 두 업체의 의견을 들어볼 계획"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협력을 위한 소통을 그동안 하지 않은 게 아닌데 이제 와서 추가적으로 어떤 얘기를 더 하겠다는 건지 궁금할 뿐이다.
이 사업은 우리나라 해군과 조선 업계의 미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었다. 현재 해군이 운용 중인 DDG급(세종대왕급) 구축함은 미국 알리버크급 구축함을 모델로 해서 선체만 한국에서 건조했을 뿐 구축함의 '두뇌'에 해당하는 전투체계는 미국 록히드마틴의 '이지스 전투체계'를 수입해서 사용 중이다. 구축함 소유주인 해군조차 이지스 체계가 고장 났을 때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KDDX는 선체와 전투체계를 모두 국산화해 해군의 대비태세를 강화하고, 조선 업체들이 미국 눈치를 보지 않고 구축함 수출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해준다.
이처럼 반드시 필요한 KDDX 사업이 방위사업청의 결정장애에 막혀 있는 것에 대해 관련 업계 대부분의 사람들은 답답해하고 있다. 결정장애는 방위사업청이 과거 저질렀던 편의주의적 일처리에 스스로 발목을 잡힌 게 가장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의견 청취를 하더라도 시간에 쫓긴 나머지 '이 얘기 저 얘기 다 옳다' 식의 미봉책이 나온다면 결국 이후에 분쟁과 갈등의 불씨가 될 것이 뻔하다. 해군의 상징인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사즉생' 각오를 되새겨 엄정하게 사업을 이끄는 게 유일한 정답이다.
[안두원 산업부 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