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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일보
미국의 이란 공격 ‘전략논리’ 저비용·장거리·일회용
입력 2026. 03. 24 14:59
업데이트 2026. 03. 24 16:40
전쟁 판도 바꾸는 드론·AI
적의 무기로 적을 치다: 에픽 퓨리 작전과 드론 전쟁의 새 방정식
지난달 28일 새벽 이란 상공에 전례 없는 장면이 펼쳐졌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감행한 합동 선제타격 작전 ‘에픽 퓨리(Epic Fury·장대한 분노)’였다. 이때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과 나란히 하늘을 가른 것은 대당 3만5000달러짜리 소형 자폭 드론이었다. 미군 역사상 장거리 자폭형 드론을 실전에 사용한 최초의 순간이었다.
드론의 이름은 루카스(LUCAS·Low-cost Unmanned Combat Attack System). ‘저비용 무인 전투 공격체계’라는 직관적인 뜻이다. 놀라운 것은 무기의 출생 비밀이다. 루카스는 이란이 만든 샤헤드-136을 미국이 역설계해 탄생했다. 적의 무기를 뜯어보고, 배우고, 더 나은 버전으로 만들어 도로 적을 타격한 것이다. 미국 중부사령부 관계자는 “우리는 이란의 샤헤드를 입수해 분석했고, 이를 복제했다. 이는 이란에 대한 대본을 뒤집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혁명수비대의 반응도 흥미롭다. “자칭 초강대국이 이란 드론 앞에 무릎 꿇고 복제하는 것보다 큰 영광은 없다.” 양측의 말이 엇갈리지만 전장의 결과는 이미 나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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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계(Reverse engineering)라는 단어에서 ‘모방’이나 ‘표절’을 떠올린다면 그것은 전쟁의 논리를 오해한 것이다. 전쟁은 ‘독창성 대회’가 아니다. 전쟁은 ‘효율의 경쟁’이다. 샤헤드-136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미 효과를 증명한 무기체계다. 삼각형 날개에 피스톤 엔진을 달고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좌표만 입력하면 수백 킬로미터를 날아가 스스로 표적에 돌진하는 단순한 구조. 그러나 이 단순함이야말로 핵심이었다. 대당 5만~7만 달러에 불과한 가격으로 수만 대를 찍어내 적의 방공망을 압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주목한 것도 바로 이 ‘전략적 논리’였다. 기존에 미군이 의존해 온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은 대당 200만 달러, 대형 정찰·공격 무인기인 MQ-9 리퍼는 대당 3000만 달러에 달한다. 아무리 정밀하고 강력해도 이 가격으로는 수천 대를 동시에 투입하는 포화 공격이 불가능하다. 미국은 샤헤드가 입증한 ‘저비용·장거리·일회용 공격’이라는 공식을 받아들이되 그 위에 자국의 기술적 우위를 얹기로 했다.
루카스 개발에 걸린 시간은 단 18개월. 2024년 말 역설계를 시작해 지난해 7월 공개, 12월 중동 배치, 그리고 올해 2월 실전 투입까지 파격적인 속도로 진행됐다. 운용 인원은 약 24명에 불과한 ‘스콜피온 스트라이크 임무부대’가 담당했다. 전통적으로 장거리 정밀타격은 항공모함 전투단이나 이지스 구축함을 필요로 했다. 그런데 이제 특수부대 규모의 소부대가 수십~수백 대의 자폭 드론으로 비슷한 효과를 만들어낸다. 이것이 에픽 퓨리가 보여준 전쟁의 새로운 방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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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스와 샤헤드는 외형만 보면 쌍둥이처럼 닮았다. 삼각형 날개, 원통형 동체, 후방 프로펠러라는 기본 형태는 거의 동일하다. 탄두 무게도 30~50㎏으로 비슷하고 가격마저 루카스 3만5000달러, 샤헤드 5만~7만 달러로 같은 범위다.
그러나 겉모습이 닮았다고 능력까지 같은 것은 아니다. 루카스에는 최대 100대가 동시에 통신하며 표적을 나눠 공격하는 ‘다영역 무인체계 통신 네트워크’가 설계 단계부터 내장돼 있다. 함정 갑판, 군용 트럭, 이동식 발사대 등 어디서든 발사할 수 있는 유연성도 갖췄다. 지난해 12월에는 미 해군 연안전투함 샌타바버라함에서 해상 발사 시험에도 성공했다.
반면 러시아가 운용하는 샤헤드(게란-2)는 원래 통신 기능조차 없던 드론에 휴대전화용 통신 모뎀, 위성 인터넷 단말기, 인공지능(AI) 컴퓨터를 하나씩 덧붙이며 개조했다. 전장의 시행착오를 통해 점진적으로 능력을 키운 셈이다. 접근법은 다르지만 결국 양측 모두 ‘대량의 저가 드론으로 적 방공망을 포화시킨다’는 동일한 결론에 도달했다. 전쟁의 논리가 같은 해답을 강요한 것이다.
에픽 퓨리 작전이 보여준 중요한 교훈은 ‘가격의 비대칭’이다. 루카스 한 기는 3만50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5000만 원이다. 이를 패트리어트 미사일로 요격한다고 가정하면 한 발 가격은 400만 달러, 약 59억 원이다. 비용 비율이 1 대 114에 달한다. 공격하는 쪽이 3만5000달러를 쓰는 동안 방어하는 쪽은 400만 달러를 소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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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이 셈법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극단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2025년 7월까지 게란-2를 3만 대 이상 생산한 데다 대당 1만 달러짜리 기만용 드론 ‘게르베라’까지 섞어 보내 방공 미사일 재고를 빠르게 소진시키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대당 400~500달러짜리 마이크로폰 1만 개로 음향 탐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한편 AK-74 소총 6정을 하나의 삼각 거치대에 묶어 동시에 발사하는 즉석 대공화기를 만들거나 픽업트럭에 브라우닝 M2 중기관총을 올려 이동식 드론 사냥조를 편성하는 등 비용을 최소화한 대응 수단을 필사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미국도 이제 이 논리를 수용했다. 루카스는 2027년까지 연간 1만 대 생산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미 육군은 모든 기동부대에 루카스 발사대를 편성할 방침이다. ‘비싸고 적은 무기’에서 ‘싸고 많은 무기’로의 전환. 이것이 에픽 퓨리가 선언한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이 변화는 한반도에도 직접적인 함의를 갖는다. 북한은 이미 러시아로부터 드론 기술을 이전받고 있다. 2024년에는 러시아 란셋과 유사한 자폭 드론을 공개했다. 만약 북한이 방사포·미사일과 함께 대량의 자폭 드론을 동시에 쏟아붓는 복합 포화 공격을 감행한다면 현재의 고비용 방공체계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
에픽 퓨리가 남긴 교훈은 무겁다. 방패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도 상대의 방공망을 압도할 수 있는 소모성 드론 전력을 갖춰야 하며 동시에 적의 대량 드론 공격에 대한 저비용 요격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 겉모습이 비슷한 드론이라도 그 안에 담긴 기술과 운용 개념은 천차만별이다. 외형이 아니라 능력을 읽는 눈, 그리고 그 능력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 그것이 3만5000달러짜리 드론이 우리에게 던지는 진짜 질문이다.
한국일보
"2억5천만→10억 달러"…방사청 출범 2년 만에 방산수출 4배 뛴 이유는
강은호 전북대 교수(전 방위사업청장)

KF-21 전투기가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시험탄을 발사하고 있다. KF-21은 2028년까지 총 8조1,000억 원을 투입하여 연구개발이 진행되는 전투기 개발사업이다. 연합뉴스
방위사업청 20주년...'K방산'의 현재와 미래<2>
2006년 1월 1일 방위사업법의 시행과 함께 방위사업청이 출범했다. 방위사업법은 제1조와 제2조에서 '투명성' '전문성' '효율성' '방산경쟁력 강화'를 통해 '자주 국방태세를 구축'하고 '국가 경제성장의 동력을 확충'할 것을 목적과 기본이념으로 천명하고 있다.
기존 '방위산업에 관한 특별조치법'(방산특조법)에 담긴 '폐쇄적 구조'와 '종속적 수단으로서 방위산업'이라는 인식의 폐기를 선언한 것이다. 방산특조법은 방위산업을 전력증강의 수단으로만 인식해 지정·보호·통제를 규율할 뿐, 사업관리 절차나 전문적 획득 시스템에 대한 내용을 담지 못했다.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방위사업 분야에서 권한은 집중하되 책임은 모호한 폐쇄적 의사결정 구조로 일을 추진하는 것이 가능했다.
반면, 방위사업법은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각 군, 국방과학연구소(ADD) 등 8개 기관에 분산됐던 사업관리 기능을 방위사업청으로 통합했고, 방위산업의 특수성은 인정하되 경제성장의 동력을 확충하는 독자적인 산업으로서의 역할을 명시했다. 그리고, 사업관리 절차와 의사결정의 권한·책임 등을 법제화함으로써 폐쇄적 의사결정 구조를 타파하고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도록 명문화했다. 이는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로 이어지면서 정착된 민주적 제도 환경, 급격한 지식 정보화와 함께 진행된 무기체계의 첨단화 등에 구조적으로 적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방위산업을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방위사업청 출범으로 시작된 혁신
방위사업청이 출범과 함께 도입한 대표적인 혁신 제도·조치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 '옴부즈맨 제도' '획득 전문형 장교제도' '문민화' '통합사업관리팀(IPT) 제도' '전문화 계열화 제도 폐지' '국방 연구개발(R&D) 체계 개편' 등을 꼽을 수 있다.
국방부 장관이 위원장인 방추위는 주요 방위사업 추진 방향과 방산 정책을 심의하는 기구다. 견제와 균형의 원칙이 작동하도록 재정경제부, 산업통상부, 국회(여야 각 1인 추천) 등의 참여를 제도화했다. 다만, 방추위는 심의 의결 기구가 아니며, 심의 결과는 방위사업청장이 문서상 결재를 함으로써 확정되도록 했다. 방추위 심의→방사청장 최종 결재로 이어지는 의사결정 체계는 권력형 비리와 집단 의사결정의 오류를 방지하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방위사업청장에게 부여한 것이다.

방산 분야의 권력형 비리를 막기 위해 방위사업청 출범과 함께 의사결정 체계를 투명화하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가 구성됐다. 방추위는 주요 방위사업 추진 방향과 방산 정책을 심의하는 기구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실제 운영과정에서는 국방장관이 주재하는 방추위 심의결과가 최종 의사결정으로 간주됐다. 방추위 직후 즉시 언론에 브리핑하고, 방사청 주요 직위자가 직접 질의응답에 참여함으로써 방추위의 권위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이는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방위사업의 진행경과를 공개하고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최소한의 활동이라고 본다.
권력형 비리 막는 의사결정체계...방위사업추진위
옴부즈맨 제도는 정부 기관 최초로 방위사업법에 명문화해 도입했다. 옴부즈맨은 방사청 외부의 독립적인 인사로, 방위사업 관련 업체나 이해관계자의 고충·불만·비리 의혹 등을 접수·조사하고 상응하는 조치를 권고할 수 있다. 옴부즈맨의 권고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방사청장은 이행 상황을 보고해야 하고, 필요할 경우 국회와 언론에 공개해 독립적 외부 감시 활동을 보장했다.
획득전문형 장교제도는 방위사업을 담당하는 장교를 획득전문형으로 지정해 방사청에 장기간 전속 근무하도록 하는 제도다. 우리 군은 장교들의 전문성을 위해 각 군별 병과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2~3년마다 보직을 바꾸는 순환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순환근무제는 장교들에게 다양한 경험과 균형 발전 기회를 제공하고, 인사의 공정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병과제도와 순환근무제가 결합하면 방위사업과 같은 병과 외 분야의 전문성 축적은 어려워지고, 군별 병과별 폐쇄성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비리에 취약한 맹목적 상명하복의 ‘끼리끼리 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 방위사업 분야와는 구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인사제도였다.
방산업무 전문성 갖춘 획득전문형 장교제도 도입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사청에 전속돼 방사청 안에서만 순환근무하는 획득전문형 장교제도를 도입했다. 방사청에 장기간 근무하면서 방산정책·사업관리·계약관리 등 무기체계 획득 전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쌓고, 폐쇄적 ‘끼리끼리 문화’를 타파하기 위해 고안된 장교 인사관리제도다. 획득전문형 장교들은 방사청 출범 초기부터 업무를 주도하며 '문민 공무원'들이 전문성을 축적하는 기간 동안, 그 공백을 메워 주었다. 방사청 출범과 함께 필자가 만난 '귀인' 중엔 이미 형성된 전문성으로 업무를 주도한 획득전문형 장교들이 많았다.

2016년 경기 여주시 인근 남한강 일대에서 열린 육군 20사단 혹한기 전술훈련에서 K-2 흑표전차와 K-21 장갑차가 이동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이른바 방위사업의 '문민화'는 획득전문형 장교제도와 함께 방위사업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핵심적 장치다. 방사청 인력 구성에서 현역 군인과 공무원 비율을 5 대 5로 하고, 주요 직위도 균등하게 배분하는 것이다. 기존 국방부 획득실은 현역 군인과 공무원의 비율이 7 대 3 수준이었고, 주요 직위자의 90%는 현역 장교, 특히 육군 중심으로 구성됐다.
군의 '끼리끼리 문화' 안 돼!...방산 업무의 문민화
계약업무를 전담하는 국방조달본부도 다수의 군무원이 소속되었으나 주요 직위는 육군 중심의 현역 장교들이 맡아 업무를 지휘했다. 즉, 소요→획득→군수운영 등 전력 증강 전 단계를 육군 중심의 현역 장교들이 주도했고, 공무원은 단순 반복 업무를 수행하는 보조자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현역 장교들이 중심이 된 조직은 위계질서와 상명하복 문화가 뚜렷해 전투현장의 지휘·통제 및 관리에는 적합할 수 있다. 그러나 다양한 시각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방위사업분야에서는 구조적인 한계를 노출했다. 국방부 공무원들은 고위직 현역 장교들의 의중과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었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린다김 사건 등 군 고위직이 연루된 방산 비리가 발생하면서 상명하복 문화 대신 이질적인 사고를 가진 그룹의 육성과 투입이 불가피했다. 그래서 방사청 출범과 함께 선택한 것이 현역 군인과 공무원의 균등 구성과 배치, 즉 문민화였다.
흩어진 사업 관리 체계 통합하자 수출 증대 효과 나타났다
통합사업관리팀(IPT) 제도는 방위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기존 군 중심의 기능 분산형 사업관리 체계를 사업 중심·통합 책임형 체계로 전환했다. 사업계획 수립→예산편성→사업 추진→시험평가 및 야전 배치 등을 통합사업관리팀이 책임지고 성능(기술관리), 비용(예산관리), 일정(시간관리) 등 사업 전 측면을 관리하도록 제도화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방산 선진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사업관리 방식이었으나, 당시에는 획기적인 혁신 조치로 여겨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3사업장에서 연구개발(R&D) 및 마케팅용으로 출고된 K9A1 자주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다만, 방사청 출범 직후에는 통합해 사업을 관리할 수 있는 전문 인력과 인프라가 부족했다. 특히 방산 원가 측정과 계약 업무는 수년간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전문성이 요구됐다.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통합사업관리팀은 2019년 사업관리 기능과 계약관리 기능을 통합한 방사청 조직개편을 통해 이뤄졌다. 분산됐던 업무를 방사청으로 일원화하자 통합 효과는 단기간에 나타났다.
토론과 정보교류가 일상화됐고,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졌다. 이는 업무 효율성 증대로 이어졌다. 연평균 2억5,000만 달러 수준이었던 방산수출이 단 2년 만인 2008년 10억 달러를 초과했다. 방사청이 방위사업 전체를 관장하는 통합사업팀이 됐고, 전문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높이는 조직·물리적 공간이 된 것이다.
독점에서 경쟁 체제로...전문화·계열화 제도 폐지
전문화·계열화 제도는 방산육성 초기인 1980년대 방산물자·업체 지정제도와 함께 국내 방산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여기서 잠깐! 방산물자·방산업체 지정제도란?
방산물자·방산업체 지정제도는 국내에서 개발된 군수품 중 엄격한 품질보증과 안정적인 공급이 필요한 물자를 방산물자로 정해 이를 전담 생산할 기업을 지정하는 제도다. 군수품의 양산·생산 단계에 적용되는 제도로 전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안보 목적의 제도다.
전문화·계열화 제도는 방산기업별로 특정 물자를 자체 연구개발하는 능력을 단기간에 축적하고 성장시키기 위한 제도였다. 기술 능력을 축적하고 중복투자를 방지하기 위해 특정 완성품은 지정된 특정 전문업체가 담당하고, 특정 핵심 구성품은 지정된 특정 계열화 업체가 담당하도록 한 것이다. 이 제도는 2006년 방위사업법 시행과 함께 폐지가 확정되었고,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08년 역사의 유물로 사라졌다.
1970년 국방과학연구소(ADD)의 창설과 함께 시작된 국내 방위산업은 기술 개발을 전적으로 ADD에 의존했다. ADD는 또한 시제품 제작 과정에서도 기술 및 성능을 관리해야 하는 과중한 부담과 책임을 졌다. 반면, 기업들은 시제품 제작 업체를 선정하는 ADD의 결정만 바라봐야 했고 안정적인 방위사업 참여는 보장되지 않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술 축적과 시설투자가 불가능한 구조였다.
때문에 1983년 방산특조법에 따라 전문화·계열화 제도가 도입됐다. 특정 방산물자와 핵심 구성품의 연구개발에 특정 기업의 참여를 보장해 기술 능력을 축적하고 성장시키려는 취지였다. 이 제도로 국내 방산기업의 기술 능력은 급성장했고, 정부의 집중된 설비투자 지원으로 막대한 생산능력 기반도 갖춰졌다. 1990년대 K-9 자주포, K2 전차 등 국산 명품 무기체계 개발이 가능했던 이유다. ADD의 기술 능력과 방산기업의 제조 생산 능력이 결합된 결과다.
그런데 1990년대 후반이 되자 국내 방산기업의 기술·생산 능력은 ADD에 종속돼 시제품을 제작·생산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독자적으로 공급이 가능한 수준으로 성장했다. ADD는 기본적인 기술 설계를, 방산기업이 세부 기술 개발과 시제품 제작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ADD와 방산기업의 협력구조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세계적으로 성장한 국내 민간기업이 방산 기술을 선도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러나, 2000년대에 이르러서도 방산분야는 전문화·계열화 제도가 보장하는 독점적 지위에만 의존하는 행태가 이어졌고, 문제도 드러났다. ADD는 기술 설계 구상만 하고 실제 개발은 기업이 수행하면서 "ADD는 말로만 일한다"는 극단적인 비판이 나왔고, 방산기업들은 독과점적 지위를 누린 채 경쟁보다는 정부 투자 확대만을 기다리는 이른바 ‘천수답적’ 행태에 안주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민간 분야의 첨단 정보기술(IT)이 결합한 다양한 무기체계 개발이 절실해진 상황이었지만, 왜곡된 협업구조로는 더 이상 시대적 요구에 부응할 수 없었다. 결국 전문화·계열화 제도는 수명을 다한 것으로 판단됐고, 방위사업청 출범과 함께 '경쟁' 원칙 체제로 전환될 수밖에 없었다. 2004년 획득체계개선단은 방산육성 정책의 원칙을 ‘독점’에서 ‘경쟁’으로 바꾸는 근본적인 변화를 결정했다.
특혜 잃은 방산기업 반발 컸지만...
그러나, 전문화·계열화 폐지 방침이 정해지자 독점적 지위를 상실하게 된 방산기업들의 반발은 예상보다 거셌다. 당시 제도 폐지와 경쟁 정책을 관장하던 방사청 방산정책과장이었던 필자는 그 저항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기술을 축적한 방산기업들은 이 제도가 폐지되더라도 전문 영역을 잃지 않을 것이라 설득했지만, 심각한 유탄을 피할 수는 없었다.
방사청 출범에 앞서 2004년 획득체계개선단은 전문화·계열화 제도 폐지를 결정하고, 완전 경쟁에 앞서 제한적 경쟁을 도입하는 단계적 전환을 추진하고 있었다. 제한적 경쟁을 위해 물자별 2~3개 업체를 추가하기 위한 방산실태조사가 시작됐고, 2005년 말에는 후보 기업 선정도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2006년 방위사업청 출범과 함께 제도 폐지는 확정됐고, 2년 유예를 거쳐 2008년 폐지하도록 하였다. 문제는 유예기간 중 추가 업체 지정이 가능한지 여부였다. 필자는 독점에서 곧바로 완전 경쟁으로 전환하기보다 3~4개 업체의 제한적 경쟁을 통해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고, 실태조사 결과대로 추가 지정을 추진했다. 그러나, 기존 독점 업체 중 한 기업이 반발해 감사원에 문제를 제기했다. 필자에 대한 감사는 2년 가까이 이어졌다. 감사 결과는 단순 문자적 해석을 통해 ‘결탁이나 비리가 없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유예기간 중 추가 지정은 법률 위반’이라며 중징계를 통보했다.

K9 자주포가 2025년 2월 UAE에서 실시된 한-UAE 연합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해군 천자봉함으로 이동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그러나 법제처는 방위사업법의 취지를 합목적적으로 해석해 '추가 지정은 적법하다'고 유권해석했다. 결국 재심 끝에 감사원은 완전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개인적으로는 고통스럽고 억울한 시간이었지만, 교훈은 분명했다. 개혁은 방향이 옳고 법제화만 되면 현장에서 곧바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개혁 현장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공감을 얻는 활동과 시간이 필요하고, 조직의 지휘부가 현장의 직원들과 함께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믿고 따르며 감사 기간 내내 함께해 준 현장의 동료들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 훗날 필자가 방사청장으로 재임하면서 ‘중요한 결정의 순간마다 현장의 동료들과 함께하고 최종 책임은 내가 진다’라고 적은 메모를 항상 휴대했던 이유다. 감사과정에서 함께해 주었던 직원들은 현재 방사청 핵심 직위에서 방사청을 이끌고 있다.
미래전장에 유효한 첨단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한 방산기업들
'국방 R&D 수행체계 개편'은 전문화·계열화 제도 폐지에 대응한 방산분야 구조 및 역할 분담 방향을 담고 있다. 전략 기술 개발은 ADD, 일반 기술과 민군 겸용 기술 개발은 방산기업 등이 맡는 역할 분담 체계를 설계한 것이다.
국가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민간 방산 기업이 감당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큰 전략적 기술 영역에 ADD의 역량을 집중시키고, 기타 일반 분야에는 방산기업의 기술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천궁-Ⅱ 다기능레이더' 수출형 모델. 한화시스템 제공
방사청 출범과 함께 ‘국방 R&D 수행체계 개편’이 추진됐지만 역할 분담구조의 정착은 쉽지 않았다. 특히 국내 방산기업의 준비가 매우 부족했다. 신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기술 전체를 조망하여 설계하는 능력이 갖춰져야 하는데, 수많은 시행착오와 개발 경험이 필요했다. 당시 우리 방산기업에겐 이러한 경험이 거의 없었고, ADD에 의존하는 구조가 지속될 수밖에 없었다.
타 기업의 진입 장벽 역할을 했던 전문화·계열화 제도가 사라지자 수주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저가로 입찰하는 행위가 나타났고, 이는 무기체계의 성능 문제로 이어졌다. 2008년 말부터 2010년까지 부실 무기체계에 대한 비판이 나왔고, 부실 성능 문제가 방산비리로 여겨진 것이다.
결국 2011년 방사청은 부실 성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용 절감보다는 성능을 보장할 수 있는 종합평가 기법을 원칙으로 하기로 했다. 또 시험평가 결과만으로 대량 생산에 돌입하지 않고, 최소 물량을 야전 현장에 배치해 일정 기간 운영하고 보완을 거친 뒤 양산하도록 하는 '필드 테스트'를 제도화했다. 이처럼 변화된 역할 분담 구조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축적의 시간이 필요했다.
차츰 변화한 제도에 우리 방산기업들도 반응하기 시작했다. 방산기업들은 신기술 개발, 특히 미래전장에 유효한 첨단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했고, 국제 방산시장 진입을 시도했다. 여기에 원천 기술을 보유한 ADD가 협조했고, 방사청도 방산 수출을 최우선으로 삼고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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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위산업학회, 신임 회장에 김진기 변호사 선출… "국방 AI로 K-방산 초격차 확보"
- 김의철
- 승인 2026.03.24 17:43
제36차 정기총회 및 2026-2 방산혁신포럼 개최
민·군·산·학·연 결집해 ‘AI 혁신 생태계’ 구축 논의
미국 등 글로벌 MUM-T 추세 대응, 법·제도적 기반 강화 주력
한국방위산업학회(KADIS)가 인공지능(AI)을 필두로 한 첨단 국방 기술 경쟁력 확보와 글로벌 방산 수출 시장의 법·제도적 기반 강화를 선언했다.
한국방산학회는 "24일 서울 피스&파크 컨벤션에서 제36차 정기총회를 열고, 김진기 법무법인(유) 한중 대표 변호사를 신임 회장으로 선출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진기 신임 회장은 방위산업 관련 제도와 정책에 정통한 법률 전문가다. 학회는 김 회장의 선출로 인해 향후 학회의 정책연구 기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글로벌 방산 수출 확대에 따른 국제 협력 환경 변화 속에서, 법·제도적 기반을 공고히 하여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다각도로 지원할 적임자라는 평가다.
정기총회와 연계해 진행된'2026-2 방산혁신포럼'에서는 ‘국방 AI 혁신 발전방향’이 집중 조명됐다. 인공지능이 미래 전장과 방위산업 전반에 미칠 파급력과 이에 따른 우리 군의 대응 전략이 핵심적으로 논의됐다.
채우석 이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국방 AI는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미래 전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이자, K-방산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라고 정의하며, “민·군·산·학·연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한 혁신 생태계 구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이날 행사에는 정계와 산업계의 지원 사격도 이어졌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병주·유용원·부승찬 의원은 국방 AI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입법 및 정책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성중 한국생산성본부 회장은 이장열 전무가 대독한 축사를 통해 방위산업의 생산성 혁신과 AI 기반 고도화의 연계 필요성을 제안했다.
포럼에서는 미국 등 군사 선진국들이 주도하고 있는 AI 기반 무기체계와 유·무인 복합체계(MUM-T), 지능형 전장관리체계 구축 현황이 공유됐다. 전문가들은 K-방산이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지능형 기술과의 접목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책 발표 세션에서는 심승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분과장, 전준범 국방부 국방인공지능기획국장, 남승현 육군본부 정책실 군사혁신차장 등이 참여해 국가 차원의 국방 AI 전략과 군 적용 방향을 발표했다. 이들은 국방 AI 추진 전략, 인공지능 기반 작전 개념, 미래 전장 환경에서의 AI 활용 방향 등을 중심으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이어진 산업계 발표에서는 다쏘시스템, 퀀텀넥서스 등 방산기업 및 컨설팅 전문가들이 AI 기술의 방위산업 적용 사례와 민·군 협력 모델, 향후 방산 비즈니스 확장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Physical AI 등 실질적 적용 가능 기술을 중심으로 산업적 활용성과 정책 연계 방안이 논의됐다.
이번 행사는 정부, 군, 산업계, 학계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국방 AI의 실전 적용 방안과 정책적 해법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한국방위산업학회는 이번 총회와 포럼을 기점으로 K-방산의 질적 도약을 위한 혁신 생태계 조성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학계 관계자는 “신임 김진기 회장의 리더십 아래 학회가 방산 정책의 '브레인' 역할을 강화하고, 국방 AI 혁신을 선도하는 플랫폼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뉴스투데이
“드론부터 대드론까지 한눈에”…DX KOREA 2026, ‘드론·대드론관’ 운영
정찰·공격 드론부터 대드론(C-UAS) 체계, 전투탐사 로봇 등 차세대 무인 전력 중심으로 구성
입력 : 2026.03.24 17:47
[뉴스투데이=김한경 기자] 제7회 대한민국방위산업전(DX KOREA 2026)이 미래 전장의 판도를 바꾸는 드론과 대드론 기술을 한자리에서 선보이는 ‘드론·대드론관’을 특별 테마관으로 운영한다고 24일 밝혔다.
새롭게 선보이는 ‘드론·대드론관’은 정찰·공격 드론부터 이를 무력화하는 대드론(C-UAS) 체계, 전투탐사 로봇 등 차세대 무인 전력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특히 드론과 유·무인 전력이 통합 운용되는 미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MUM-T)의 핵심 기술을 집중 조명하며, 급변하는 전장 환경 속에서 무인 전력의 역할과 발전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드론·대드론관에는 ▲정찰·공격 드론 ▲대형 수송 드론 ▲지상·해양 무인체계(UGV·USV) ▲전투·탐사 로봇 ▲재밍(Jammer), 탐지·추적, 레이저 요격 등 대드론 대응 체계가 포함된다.
또 국내·외 드론 기체 제조사와 대드론 솔루션 기업, 무인수상정(USV) 및 무인잠수정(UUV) 개발사 등 관련 산업 전반의 기업들이 참여해 최신 기술과 장비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번 특별관은 단순 장비 전시를 넘어 실제 전장 운용 개념을 기반으로 한 통합전력 체계를 제시하는데, 정찰·공격·방어가 결합된 드론 전력 운용 모델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미래 전장 환경 변화에 대한 이해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민환기 DX KOREA 2026 조직위원은 “드론과 대드론 기술은 현대전의 핵심 분야로, 이번 드론·대드론관이 대한민국 무인 전력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동시에 국내외 방산 기업·군·연 간 협력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DX KOREA 2026은 세계 50여개국 군 관계자와 방산 바이어, 정부 대표단이 방문하는 국제 방산 전시회로, 참가 기업에 ▲외국군 고위 관계자 및 글로벌 바이어와 비즈니스 매칭 ▲국방부·군 관계자 대상 기술 설명 및 네트워킹 ▲글로벌 방산기업과의 협력 및 공동개발 파트너 발굴 ▲국내·외 언론 홍보를 통한 브랜드 인지도 확대 등 다양한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전시가 열리는 킨텍스는 아시아 최대 규모 전시장 중 하나로 대형 장비 전시와 실외 시연이 가능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수도권에 위치해 접근성이 뛰어나고 인천국제공항과의 이동 편의성이 높아 외국군 관계자 및 글로벌 바이어 유치에 최적의 환경을 갖고 있다.
DX KOREA 2026 조직위원회는 이번 ‘드론·대드론관’을 통해 미래 전력 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동시에, 국내 드론·대드론 산업의 기술 경쟁력과 글로벌 위상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구루
[단독] LIG넥스원 고스트로보틱스, 대만 진출 본격화…생산·부품 조달 포함 전방위 논의
대만 군 '수백 대' 도입 검토…美 플랫폼·대만 센서 결합 구조
고스트로보틱스 협력 가능성…비전60 기반 해외 사업 확장
- 등록2026.03.24 09:58:19

▲ 미국 고스트로보틱스 사족보행 로봇 '비전60'이 작년 6월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 열병식에 등장했다. (사진=미 국방부)
[더구루=정예린 기자] LIG넥스원의 자회사 미국 '고스트로보틱스(Ghost Robotics)'가 대만 공급망과 협력 논의에 착수하며 현지 시장 진입을 본격화한다. 대만 군의 로봇개 도입 추진과 맞물리면서 고스트로보틱스가 자사 플랫폼에 현지 센서·부품을 결합한 공급 기회를 확보, 아시아 지역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고스트로보틱스는 대만 공급망과의 협력을 위해 현지 기업들과 3자 협의를 진행 중이다. 단순 제품 판매를 넘어 생산과 부품 조달까지 포함한 협력 방안이 논의되며 공급망 연계 범위가 구체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고스트로보틱스는 앞서 대만에서 제조 파트너 확보 의지를 강조한 바 있다. 제이크 홍 고스트로보틱스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지난해 6월 국립대만대학교(NTU) 무인차량 연구개발센터 주최로 열린 ‘미·대만 무인항공기(UAS) 공급망 개발 워크숍’에서 4족 보행 로봇 ‘비전60'을 소개하고, 대만을 지속 방문해 생산 협력사를 찾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자리에는 미 국방혁신부(DIU)와 드론 기업도 참석해 양국 공급망 강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같은 협력 논의는 대만 군의 도입 계획과 맞물린다. 대만 군은 약 1조2500억 대만달러 규모 특별 국방 예산을 활용해 순찰과 정찰, 전투 임무에 투입할 수 있는 로봇개 수백 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대만은 미국산 4족 보행 로봇 플랫폼에 자국이 개발 중인 인공지능(AI) 기반 열화상 센서를 탑재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해당 프로젝트는 내년 마무리를 목표로 하며 군 기지와 외곽 도서 방어, 도심 작전에 필요한 감시·정찰 능력 강화를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대만이 군용 로봇개 도입에 손을 잡는 것은 단순 장비 도입을 넘어 공급망 재편 성격을 띤다. 대만 군 도입을 전제로 한 사업인 만큼 중국을 배제한 무인체 협력이 실제 전력화 단계로 이어지고, 협력 범위도 드론에서 지상 무인체계로 확대되고 있다.
로봇개는 병력 운용 측면에서 활용도가 크다. 좁은 골목과 계단, 비포장 지형에서도 이동이 가능해 기존 차량이나 인력이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정찰과 전투 피해 평가 임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일부는 기관총과 경량 대전차 로켓을 장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고스트로보틱스의 비전60은 군용 환경에서 운용되며 성능을 확인받고 있다. 스페인 육군은 차세대 국방 개혁 프로젝트 ‘푸에르사 푸투라 35(Fuerza Futura 35)’ 일환으로 비전60을 전술 훈련에 투입해 시가전과 수색 정찰 임무를 수행했으며, HK G36 소총을 장착한 상태로 병력수송장갑차와 연동 운용했다. 미국 육·해·공군과 이스라엘군, 인도군 등에서 정찰과 감시, 국경 경비 임무에 활용되고 있으며 일본 자위대도 도입을 위한 실증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본보 2026년 2월 11일 참고 LIG넥스원 고스트로보틱스 비전60 '소총 무장'하고 스페인 육군 전술 훈련 투입>
고스트로보틱스의 대만 공급망 협력 논의는 최대주주인 LIG넥스원의 사업 확장과도 맞닿아 있다. LIG넥스원은 작년 7월 고스트로보틱스 지분 60%를 인수하며 무인 지상체계 사업에 진입했다. 고스트로보틱스가 대만 군 로봇개 도입 사업에 참여할 경우 해당 플랫폼을 통한 해외 방산 사업 확대 경로를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YTN
사우디·UAE 강경 대응 선회..."군사기지 개방·이란 자산 동결"
2026년 03월 24일 14시 13분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국 일부가 이란 전쟁에 깊이 관여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습니다.
이란의 계속된 공격에 경제가 타격을 입고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장악력 확대 우려가 커지면서 강경한 태도로 돌아서고 있다는 겁니다.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는 최근 미군이 서부의 킹 파드 공군기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합의했습니다.
지난달 28일 개전 초기만 해도 사우디는 자국 시설이나 영공이 이란 공격에 이용되는 걸 불허하며 전쟁과 거리를 두려 했습니다.
하지만 이란이 수도 리야드와 주요 에너지 시설에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쏟아붓자 입장이 달라졌습니다.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억지력 회복을 위해 군사 행동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참전 결정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 사우디 외무장관 역시 "이란의 공격에 대한 사우디의 인내는 무한하지 않다"며 "걸프 국가들의 대응 능력이 없다고 믿는다면 오산"이라고 경고했습니다.
UAE도 두바이 내 이란 병원과 클럽을 폐쇄하는 등 이란 관련 자산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며 이란 정권의 주요 자금줄을 차단하고 나섰습니다.
UAE 정부는 이란 정권 및 이란 혁명수비대(IRGC)와 직접 연관된 기관들이 UAE 법률을 위반해 폐쇄 조치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UAE는 이란 기업과 개인의 주요 금융 거점 역할을 해왔으나, 전쟁 발발 이후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이란 자산 동결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이런 조치가 실제로 이뤄지면 제재와 인플레이션으로 이미 고통받는 이란 경제에 추가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됩니다.
걸프국들은 공식적으로는 대이란 공격 불참을 선언했지만, 실제 상황은 복잡하다고 WSJ은 진단했습니다.
바레인에서 이란을 향해 미사일이 발사된 정황이 포착됐고, 미군 당국은 사우디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에서 미 공군 급유기 5대가 이란의 미사일에 맞아 파손됐다고 확인했습니다.
사우디와 UAE 지도자들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란의 군사력을 완전히 파괴해 줄 것을 촉구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다만 걸프국들은 전면에 나서는 것을 여전히 부담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을 향한 걸프국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고 WSJ은 전했습니다.
미국의 안보 파트너로서 막대한 투자를 해왔는데도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에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회의를 느끼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미국은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타격을 만류하던 걸프국들의 로비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의 타격을 묵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워싱턴 중동연구소의 그레고리 가우스 분석가는 "걸프 국가들은 강대국과 동맹을 맺은 약소국들이 겪는 구조적 딜레마에 빠져 있다"며 "미국이 강경 노선을 취할수록 원치 않는 전쟁에 끌려들어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